‘쇄국 축구’는 없다…외인 빗장 푼 K리그에 대한 기대와 우려

2025-10-31

프로축구 K리그에 변화가 예고됐다. 한국 축구의 젖줄이라 불리는 K리그가 외국인 선수에 빗장을 열었다. 지난 몇 년간 고민했던 K리그의 국제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자국 선수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30일 2025년 제5차 이사회를 열어 외국인 선수 제도를 개정했다. 내년부터 K리그는 외국인 선수의 보유 한도가 사라진다.

매 경기 외국인 선수의 엔트리 등록과 출전은 K리그1과 K리그2가 각각 5명과 4명으로 제한되지만 1983년 K리그 출범 이래 외국인 선수의 보유 제한이 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리그는 아시아 무대의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을 풀었다.

한때 K리그의 독무대로 불렸던 아시아 클럽대항전(ACLE·ACL)는 요즈음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게추가 넘어가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의 우승 상금을 1000만 달러(약 143억원)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을 풀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를 비롯해 숱한 유럽 스타들이 합류한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는 AFC의 제도 변화에 발맞춰 외국인 선수 제한을 10명 보유, 8명 출전으로 풀면서 최고의 무대로 거듭났다. 동아시아 무대에서 K리그의 라이벌인 일본 J리그 역시 2019년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을 철폐하면서 한 발 앞서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프로축구연맹도 지난 9월 공청회를 열어 외국인 선수 제도를 고민한 끝에 변화를 선택했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는 국제 경쟁력은 늘어났지만, 자국 선수들의 발전 기회가 박탈된 사례로 판단했다”면서 “선수 영입의 유연성을 높이면서 리그의 경쟁력을 높인 일본 J리그가 우리에게 더 나은 모델로 보였다. 외국인 선수는 자유럽게 활용하면서 출전은 5명으로 제한해 자국 선수의 출전 숫자를 어느 정도 보장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축구 현장에선 외국인 선수의 확대를 반긴다.

K리그가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쓰는 중국 슈퍼리그와 일본 J리그에 밀려 톱클래스의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비율은 줄었지만 기량만 따진다면 여전히 외국인 선수가 앞선다. 골키퍼 포지션까지 외국인 선수 출전을 풀었기에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한 수도권 구단의 단장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E)에 나가는 팀들의 경쟁력 강화에는 큰 도움이 된다. 단계적으로 진행이 되기를 바랐지만 이미 결론은 나왔다”고 말했고, 지방 구단의 단장은 “가장 바랐던 것은 외국인 선수 출전 확대였다. 다행히 기존보다 1명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의 영입도 가능하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지방 구단 단장은 “선택지가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 예산의 대부분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의 외국인 선수 영입에 투자하겠지만, 일정 부분은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에 쓰면 된다”면서 “물론, 효율적인 스카우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 유럽 구단들은 각국에 상주하면서 어린 선수들을 관찰한다. 우리도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출신의 감독도 “모두가 성적을 낼 필요는 없다. 셀링 클럽도 있어야 한다.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이 풀리면서 셀링 클럽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롭게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거꾸로 국내 선수의 입지를 줄인다는 문제가 있다. 프로축구연맹도 새로운 제도를 고민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가 아닌 일본 J리그 모델로 기운 원인이기도 하다.

K리그1에선 외국인 선수의 출전도 올해 4명에서 내년 5명으로 늘어난다. 바꿔말하면 국내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숫자가 7명에서 6명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프로축구연맹이 준비한 공청회부터 전·현직 선수들의 우려가 나왔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했던 김보경(안양)은 “출전 숫자가 중요하다. 외국인 선수들의 출전이 늘어나면 국내 선수들이 뛰는 시간은 당연히 줄어든다”며 “(K리그 경쟁력을 걱정하다) 국가대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성 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 위원도 “외국인 선수가 늘어난다고 모든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피를 육성하는 K리그의 대표적인 로컬룰인 22세 이하(U-22) 선수 의무 출전제도가 완화된 것도 걱정을 더한다. 종전 K리그는 U-22 선수가 최소 1명 이상 선발 출전하고, 1명 교체 출전해야 최대 5명까지 선수를 교체할 수 있었다. 내년부터는 U-22 선수의 출전 여부와 관계없이 5명을 교체할 수 있다. U-22 선수의 출전 명단 등재에 따라 엔트리 숫자가 20명에서 18명까지 줄어든다.

프로축구연맹은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에 따라 22세를 초과한 전성기 기량 선수들의 출전 기회 확보를 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래의 젊은 피가 뛸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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