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사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대형 호텔사들이 해외 호텔 시장에서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고금리와 건설비가 급등하자 ‘라이트에셋'(light-asset) 전략으로 부동산을 매입하지 않고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출 및 위탁 운영 방식으로 기회를 만드는 모습이다.
3일 롯데호텔앤리조트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더 뉴요커 호텔’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더 뉴요커 호텔 바이 롯데호텔'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는 국내외 통틀어 롯데호텔의 첫 프랜차이즈 진출 사례다. 호텔 프랜차이즈 계약은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현지 소유주가 이를 기반으로 호텔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롯데호텔이 브랜드 신뢰도와 운영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기에 가능했다.
호텔신라(008770)는 위탁 운영 방식으로 올해 11월 중국 산시성 시안에 ‘신라모노그램’을 열 계획이다. 내년 초 중국 장쑤성에는 ‘신라스테이’를 추가로 선보인다. 위탁 운영 역시 직접 투자가 없다는 방식에서 프랜차이즈 진출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롯데와 신라 두 호텔사의 해외 진출의 핵심은 자본지출(CAPEX) '제로(0)'에 있다. 예컨대 롯데호텔이 뉴요커 호텔을 직접 인수한다면 수천 억 원의 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계약으로 초기 투자금 0원으로 미국 뉴욕에 자사 브랜드 호텔을 만들 수 있었다. 호텔신라 역시 위탁 운영 계약을 통해 운영 리스크만 떠안고 개발·금융 담은 현지 오너사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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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고금리·고건설비 환경에서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글로벌 표준 전략이기도 하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호텔 거래 금액은 170억 달러(약 23조 원)로 전년 대비 9.3%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호텔의 객실당 판매매출(RevPAR)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15% 증가하는 등 호텔 시장 호황에도 호텔 거래 금액은 줄어든 것이다. CBRE는 고금리와 건설비 상승으로 호텔 거래는 물론 신규 개발도 줄었지만 기존 자산을 활용한 브랜드 판매·운영권 위탁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와 신라 모두 면세 부문에서 부진하고 있어 라이트에셋 전략에 기반한 해외 호텔 확장이 새로운 성장 축이 될 수 있다. 특히 호텔신라는 국내에서 신라스테이 약 20곳을 위탁 운영하며 검증된 수익모델을 구축한 만큼 이를 해외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거액의 투자 없이 호텔 브랜드·위탁 운영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라이트에셋 전략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