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화이트칼라 ‘구조조정’ 현실로…주요 기업들 잇단 40~50대 퇴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한 번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번엔 약 9000명 추가 해고다. 앞서 5월 60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인력 감축이다.
이번 조정은 중간 관리자급 40~50대 인력을 정조준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50대 직원을 겨냥한 희망퇴직을 잇따라 시행하며 40~50대 직장인의 생존 위기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MS는 최근 “조직 효율성과 유연성 강화를 위해” 9000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저성과자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약 1%를 감축했고, 5월에는 6000명을 해고했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2024년 한 해에만 수만 명이 회사를 떠났다. MS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 감축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감원 대상이 중간 관리자급이라는 점이다. MS는 40~50대가 주를 이루는 이들 관리자층을 대거 정리하며 계층적 구조에서 벗어나 AI 중심의 수평적이고 기능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AI 시대, 더는 화이트칼라도 ‘안전지대’ 아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기업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KT는 올해 초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해 2800여 명이 퇴사했으며, 대상자 대부분은 50대 과장급 이상 인력이다.
LG유플러스는 만 50세 이상,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 중이다. 1968년 이후 출생자는 연봉의 최대 3배, 약 4억원대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까지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이 제시됐다.
SK텔레콤도 퇴직 위로금을 기존 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으로 대폭 상향하며, 사실상 50대 직원 정리와 세대교체를 유도하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도 9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해 본사 인력만 약 3000명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다.
업계는 이번 MS의 결정에 대해 예고된 현실이 마침내 현실화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과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고학력·고임금 전문 직군조차 구조조정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이제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기획·관리·분석 등 중간 관리자급의 의사결정 보조 업무까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들은 AI 도입을 통한 비용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를 선택하고 있으며, 신규 채용도 대폭 축소되고 있다.
올 1분기 국내 IT 업계 채용 공고는 전년 동기 대비 13.4% 감소했다. 경력직 개발자 채용도 5.3% 줄며, 채용시장 전반의 냉각기를 반영하고 있다.
◆산업 지형 변화의 신호…“경력은 자산이 아닌 리스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의 구조조정으로 보지 않는다.
한 전문가는 “이건 인건비 절감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가 AI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경고”라며 “중간 관리자 중심의 감원은 전통적인 계층형 조직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자동화’, ‘인적 재구조화’라는 두 축이 있다. 고임금·저효율 구조로 지목된 50대 관리자들은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흐름에 적응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대적으로 빠른 학습 능력을 갖춘 젊은 인재는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40~50대 감원자들의 재취업 기회는 제한적이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 조율자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이 그 역할을 일부 대체하면서 시장 내 경쟁력도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기술 전환을 위한 교육 인프라나 커리어 전환 프로그램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경력이 오히려 리스크가 되는 역설에 직면한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건 세대의 위기이자 경력의 위기”라며 “과거에는 경력이 자산이었지만, 지금은 변화에 늦으면 오히려 부담이 되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기술 적응력 없는 조직은 살아남지 못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수억원대 위로금까지 감수하면서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술 전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조직을 유지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조직은 더 젊고 유연해지길 원하고, 기술은 그걸 가능하게 만든다. MS의 구조조정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이제 단순히 사람을 많이 뽑는 것이 아닌 얼마나 빠르게 기술 변화에 적응하고, 그것을 실질적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
이 흐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판을 바꾸는 구조적 변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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