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선두 패션 플랫폼 기업 무신사가 주요 증권사와 접촉해 기업공개(IPO) 입찰제안요청서(RFP) 배포 작업에 본격 들어선다. 무신사는 목표 상장 시기를 2~3년 뒤로 잡고 기업가치로 10조 원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4~8일 국내 증권사 다수와 만남을 갖고 IPO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력이 긴 대형 증권사를 개별적으로 만나 무신사 사업의 강점과 내부적으로 정해둔 IPO 일정 등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만남의 성격을 RFP 배포 직전 이뤄지는 기업 설명회(IR)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일부 증권사에서는 IPO 담당 임원 뿐만 아니라 대표급 고위 인사가 일정을 함께 한다. 한 증권사의 IPO 본부장은 “이번 미팅은 RFP 배포 전 기업 비전을 직접 전달해 각 증권사 IPO 입찰 제안서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목적이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무신사는 최근 주요 재무적투자자(FI)와 목표 기업가치에 대한 협의를 마치고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무신사는 목표 기업가치를 10조 원 이상으로 정하고 한국 코스피나 미국 나스닥 등 국내외 시장에 입성하는 방안을 모두 열어뒀다. 최근 해외 사업 확장세를 고려하면 2~3년 뒤 목표 가치로 증시에 오르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무신사의 해외 전용 플랫폼 ‘글로벌 스토어’ 거래 금액은 일본을 중심으로 연평균 260%씩 증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확장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다만 10조 원을 과도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없진 않다.
무신사 실적은 고공행진 중이다. 매출은 2023년 9931억 원에서 지난해 1조 2427억 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23년 86억 원 적자에서 지난해 1028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올 1분기에도 2929억 원의 매출액과 1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실적 개선세가 견조하게 이어지는 추세다. 핵심인 무신사 플랫폼을 비롯해 여성 패션 중심의 29CM, 해외 중심 글로벌 스토어를 합산하면 1000만 명을 웃도는 월간활성이용자(MAU)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플랫폼이나 전자상거래 기업은 이용자를 다수 확보해도 수익화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향후 기업가치가 10조 원을 웃돌면 IPO 때 모아야 하는 공모 자금만 2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커 이를 받쳐줄 만한 국내외 증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점은 과제다. 올해 4조~5조 원의 밸류로 IPO에 나선 DN솔루션즈는 약 1조 원의 공모자금을 받는 데 난항을 겪었고 기업가치 5000억 원 수준의 롯데글로벌로지스도 기관투자가 수요 부진으로 IPO 계획을 철회했다. 해외 증시 상장도 열려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 나스닥 등은 상장 유지 비용이 국내와 비교했을 때 많게는 10배가량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실제로 이를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용자 수와 사업 규모만을 봤을 때 기업가치 10조 원은 높을 수도 있는 숫자”라며 “국내외 증시 환경이 받쳐주고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졌을 때 목표 기업가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