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은 '다이어트', 인터넷은행은 '벌크업'

2025-10-26

금융권 인력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점포 축소와 함께 인원 감축에 나서는 동안, 인터넷은행은 공격적 사업 확장과 함께 10% 이상 인력을 늘렸다.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성장 투자라는 정반대 전략이 맞붙는 양상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최신 통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임직원 수는 2024년 상반기 5만6510명에서 올해 상반기 5만5301명으로 1209명 감소했다. 1년 새 2.14% 줄어든 것이다.

반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 임직원 수는 같은 기간 2770명에서 3114명으로 344명 늘었다. 증가율은 12.42%에 달한다. 시중은행이 인력을 빼는 동안 인터넷은행은 5배 가까운 속도로 조직을 키운 셈이다.

4대 시중은행이 인원 감축에 나선 배경에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축소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모바일 뱅킹과 비대면 채널 이용률이 90%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창구 인력 수요가 급감했다. 물리적 점포 수는 지난 5년간 15% 이상 줄었고, 이에 따라 지점 근무 인력도 지속 감소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도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시중은행들은 임금피크제와 명예퇴직을 통해 중장년 고연봉 인력을 줄이는 동시에, 신규 채용 규모도 축소했다. 다만 디지털·IT·리스크 관리 등 특수 직군에 한해서는 제한적으로 채용을 유지하거나 소폭 늘리는 추세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고정비 절감을 통한 원가율 개선이 당면 과제”라면서 “특히 순이자마진(NIM) 하락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건비 관리는 수익성 방어 핵심 전략 중 하나”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비용 절감 전략은 단기 실적 개선에 직접 기여를 하고 있다. 실제로 4대 은행 평균 영업이익경비율(CIR)은 최근 2~3년 지속 하락세다. CIR이 낮을수록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낸다는 뜻이다.

은행권은 지난해부터 희망퇴직을 확대하고 신규 채용을 축소하는 대신, 퇴직한 인력을 다시 불러들이는 방식을 활용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 숙련된 인력을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로 재채용함으로써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반면, 인터넷은행 공격적 투자는 성장 잠재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객 1인당 수익성을 빠르게 개선하며 이제 초기 투자 부담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인력 증원은 사업 영역 확장과 맞물려 있다. 대출과 예금 외에도 카드·투자상품·보험 제휴 서비스 등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하면서 관련 인력을 꾸준히 충원하고 있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과 오픈뱅킹 서비스 확대로 데이터 분석 역량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시중은행과 달리 지점이 거의 없는 인터넷은행의 인력 구성은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리스크 관리 전문가에 집중돼 있다. AI 기반 신용평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등 신기술 도입 속도가 빠른 만큼 고급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스타트업과 대기업 출신 인력을 적극 스카우트하고 있다. 업계 평균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인재 영입 경쟁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성장 단계에서는 우수 인력 확보가 곧 경쟁력”이라며 “특히 금융과 IT를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 단계에 있는 인터넷은행과 성숙·효율화 단계에 있는 시중은행이라는 조직 생애주기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2~3년 인터넷은행 수익성이 본격 개선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전략에 따른 성적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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