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SFS 포럼] CBDC 설계, 스테이블코인 확장 고려해야

2025-07-22

기조 발제 이후 이어진 제4차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 토론 세션에서는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를 좌장으로,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역할 및 확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됐다. 스테이블코인이 현재는 가상자산 교환 수단에 머무르고 있지만, 향후 공공 인프라로서의 CBDC가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연계할지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CBDC는 초기 설계 단계부터 다양한 디지털 자산과의 상호호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캔톤(Canton) 네트워크 등은 이더리움과 상호호환성을 갖춘 허가형(프라이빗) 체인들이 활용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호환성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향후 USDC나 테더(USDT)와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상 자산과 CBDC 간 직거래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고 데이터를 검증할 수 있는 개방형 네트워크다. 반면, 허가형(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사전에 승인된 참여자만 접근할 수 있는 제한된 네트워크로, 주로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 기업 등 신뢰 기반의 기관에서 활용된다.

이 교수는 “퍼블릭 체인과 데이터 포맷이 유사하면 토큰 구조도 비슷해, 별도의 브릿지 없이 연동이 가능하고 그만큼 보안 위험도 줄일 수 있다”며 “블록체인 인프라를 한 번 설계하고 구조를 변경하는 건 비용도 크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부터 상호호환성을 고려한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동섭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연구팀장은 “프라이빗 네트워크 간 연계에 초점을 두고 설계했으며, 한강 프로젝트에서도 이종체인 간 연계와 결제를 기술실험을 통해 구현한 바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퍼블릭이든 프라이빗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고, 이후 테스트 범위 확장 시 외부 연계와 상호호환성 이슈를 어떻게 반영할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CBDC 실험이 국내외 입법 환경 변화 속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BDC는 통화정책 수단이 아니라 결제 인프라 실험이라는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이 투자자산의 성격도 있지만, 결제 수단으로서의 실효성은 청산·결제 비용 절감 여부에 달려 있다”면서 “이와 관련한 실증 데이터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현재 한국은 법적으로 토큰증권 기반 거래가 어렵지만, 향후 RWA(실물연계자산)이나 토큰증권이 허용되면 디지털 자산 거래를 매개할 결제용 토큰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이 역할은 예금토큰이나 스테이블코인이 맡을 수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투티어 화폐 시스템과 CBDC 기반 실험이 선제적으로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와 홍콩은 이미 결제 인프라 선점을 위해 CBDC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정책 논의에서 이러한 관점이 빠져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윤종원 KDI 초빙연구위원도 “미국이 암호화폐 3법을 통과시키며 CBDC 금지 기조를 법제화했지만,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각각의 장점이 있어 경쟁과 보완을 통해 수요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므로 한국은행은 위축되지 말고 CBDC 실험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CBDC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대체하려는 수단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서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의 통화정책 영향, 자본 유출입 관리 방안 등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 통화정책 유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유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한국은행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지점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증적 증거나 데이터가 충분한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테더(USDT), 서클(USDC) 등 스테이블코인이 수년째 유통되고 있지만, 실제로 연준의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임일섭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연구소장은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디파이 혹은 웹 3 표현은 다양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부분 크립토 매매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러한 용도에 한정된다면,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물론 이 현상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별도의 논의는 가능하지만, 지금 수준에서 통화정책 유효성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의 제한된 용도를 넘어, 스테이블코인의 향후 확장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종규 KB금융그룹 고문은 “현재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자리 잡은 이유는 크립토 매매라는 분명한 실수요와 해외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해외송금이나 일반 결제 등 소매 영역으로도 확장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계좌 유지 수수료가 높아 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인구가 많고, 기존 결제 시스템도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이 '저비용·고속도'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여지가 있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패권 강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연준(Fed)의 통화정책 권한을 우회하려는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윤 고문은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은행 계좌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은행 계좌 개설도 쉽고 계좌 유지 수수료도 없는 상황”이라며 “대내외 송금이나 결제도 고객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고 해외 수요도 불투명한 부분이 있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잠재수요와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다소 과한 느낌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이미 선불충전카드를 운용해 온 스타벅스, 쿠팡,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운용 수익 창출이나 결제 수수료 절감 등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실익이 있다”며 “과도한 기대보다는 향후 부작용 가능성까지 고려해, 은행권이나 선불전자지급업자부터 점차 허용하고 필요시 확대해 나가는 실용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성과 CBDC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책적 판단과 인프라 전략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유재수 간사는“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 여부는 국내 거래소 기반 원화 가상자산 시장에 외국인 참여를 허용할지에 달려 있다”며 “정책당국이 이 부분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가상자산 매매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우리는 외국인의 국내 진입은 막고, 반대로 국내 유동성이 외국인 시장에 흘러가는 건 허용하는 상황”이라며 “외국인들이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들어와야 전체 시장이 커질 수 있는데, 그걸 막는 건 난센스”라고 짚었다.

이억원 서울대 경제학과 특임교수도 “CBDC와 예금토큰 등 디지털 화폐가 향후 어디로 확장될지를 예측해, 정책적으로는 어떤 영역을 적극 육성하고, 어떤 부분은 관리 대상으로 삼을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지급결제 시장, 외환 및 송금 시장 등 기존 인프라 영역에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지, 혹은 현재 스테이블코인 사용의 88%가 집중된 크립토 매매 영역에 머물 것인지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계약 기반 자산 인프라 구축이라는 큰 방향성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유통되는 테더와 같은 방식의 스테이블코인과는 별개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금융 인프라를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으로서 한국은행은 디지털화폐 프로젝트를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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