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수익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데 이어 하반기에는 미국 관세에 따른 공급망 조정 여파로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토요타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10곳의 2분기 실적을 분석해 보니, 관세로 인한 손실 규모가 118억 달러(약 16조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의 이익 감소다.
토요타, 관세에 엔고까지 이중고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일본 토요타다. 토요타는 지난 2분기 매출이 12조2533억엔(약 115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1661억엔(약 10조9900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9% 급감했다.
관세 영향이 컸다. 토요타는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2분기 영업이익 감소 규모가 4500억엔(약 4조24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으로는 1조4000억엔(약 13조2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엔고’도 이익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달러당 150엔 선이었다가 올해는 140엔 안팎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토요타는 엔화 가치 상승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최대 7250억엔(약 6조8300억원)가량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토요타에 이어 폭스바겐(15억1000만 달러), 제너럴모터스(11억 달러), 포드(10억 달러), 혼다(8억5000만 달러), BMW(6억8000만 달러), 현대차(6억 달러), 기아(5억7000만 달러) 순으로 관세 영향을 받았다.
차값 인상할까
관세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완성차 업체들이 하반기에 관세 인상분을 차량 가격에 반영할지 주목된다. 그동안은 소비자 이탈 우려 등을 고려해 가격 인상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하반기에도 관세 부담을 차량 제조사들이 흡수할 경우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필립 후쇼아는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망설이는 배경에 대해 “다른 회사가 움직이기 전에 먼저 서두르는 회사는 없다”며 “다들 트럼프 대통령의 SNS에 언급되는 걸 두려워 한다”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내 차량 생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미국 내에 210억 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미국 앨라배마주로 스포츠유틸리티(SUV) 생산 기지를 옮기도 있다.

GM은 인디애나주 포트웨인 공장에서 실버라도와 시에라 픽업트럭 생산을 늘리고, 캐나다 생산을 축소하는 등 조정을 진행 중이다. 닛산은 테네시주 스마이나 공장에서 SUV ‘로그’의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혼다도 미국 공장에서 추가 근무조를 투입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WSJ은 “기업들이 관세 비용 부담뿐 아니라 향후 수년간 이어질 공장 재설비, 공급망 조정이라는 구조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세 전쟁의 여파가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완성차 업계 전반의 생산·조달 전략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