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3공장 '셧다운'... 석유화학산업 통째 흔들

2025-08-08

중국 저가 공세에 속수무책

2022년 이후 4년 연속 적자 수렁

단순 감산, 가동 중단 넘어 산업전반 공멸 위기

[디지털포스트(PC사랑)=이백현 기자]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 국가산업단지가 흔들리고 있다. 한화그룹과 DL그룹의 합작사 여천NCC는 8일부터 여수 3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세계 경기 둔화로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단순한 감산을 넘어선 가동 중단이라는 비상 조치가 내려졌다는 평가다.

여천NCC는 2022년 폭발 사고 이후 3년 6개월 만에 공장을 멈춘다. 당시에는 안전사고 대응 차원이었지만, 이번 중단은 산업 전반의 불황이 직접 원인이 된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진단이다. 업계에선 이를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의 서막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수산단 내 4개 NCC(나프타분해설비) 기업(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GS칼텍스)은 해외 나프타(정제된 원유) 의존도가 높아 원가 부담이 크다. 특히 해상 운송비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고,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글로벌 공급 과잉이 심화되면서 타격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기초 유분 제품의 공급 과잉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ICIS에 따르면 중국의 프로필렌 생산 능력은 올해 현지 수요를 초과해 740만 톤(전년 대비 +79%)에 달할 전망이다. 또 중국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에틸렌 생산능력 2500만 톤, 폴리에틸렌(PE) 생산능력 1750만 톤을 추가할 계획이다.

공급 과잉으로 휘청이는 여수산단 업체는 여천NCC 뿐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12월 롯데케미칼은 여수 2공장 페트(PET), 에틸렌글리콜(EG),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생산라인을 중단했고, LG화학은 지난해 5월 SM(스티렌모노머) 단독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여천NCC마저 멈추면서, 여수산단의 가동률 저하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역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여수산단은 전남 경제의 핵심 축으로, 생산과 고용 비중이 크다. 공장 셧다운은 원·부자재 공급망 차질, 협력사 매출 감소, 고용 불안 등 연쇄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석유화학 시장은 유례없는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한국 기업들도 단기적 반등에보다는 글로벌 밸류체인 내에서의 경쟁력 재정립과 포트폴리오 조정 같은 근본적 전략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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