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국내로 수입된 일본산 철근이 6개월 전보다 6.5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철근 생산 톱 2인 현대제철(004020)과 동국제강(460860)이 철근 시장 정상화를 위해 나란히 생산라인을 멈춰 세운 틈을 타 일본산 제품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결국 고육지책의 감산책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철근 가격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으로 수입된 일본산 철근은 1만 1279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 기준 올해 최대치며 1월 1731톤보다 6.5배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동기(2524톤) 대비로도 4.5배가 늘었다.

일본산 철근의 수입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국내 업체들의 감산 기조 속에 중소형 건설업체가 값싼 일본산 제품으로 눈을 돌린 탓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철근 생산 라인 중단을 감행하며 손익분기점 밑으로는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건설 업체들은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도 뒤떨어지지 않는 일본산 철근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일본산 철근 수입 가격은 톤당 64만 원으로 국내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70만 원 중후반대에 훨씬 못 미친다. 중국산 철근의 수입 가격(71만 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철근 수요가 줄어들며 남는 물량을 한국에 수출하려 한다”며 “국내 중소형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품질 신뢰도가 높은 일본산 철근을 싼값에 이용할 수 있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산 철근 수입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감산 정책은 동력을 잃고 있다. 4일 기준 국내 철근 유통 가격은 톤당 73만 원이다. 6월 말 이후 한 달 넘게 꿈쩍도 하지 않으며 손익분기점인 톤당 70만 원 중후반대를 밑돌고 있다. 두 업체는 철근 공급을 줄여 유통가격 반등을 도모하기 위해 감산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동국제강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인천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철근 생산 1위인 현대제철도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인천공장에 대한 대보수를 진행하며 생산을 멈춘 상태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경우 회사의 연간 철근 생산 능력 330만 톤 중 150만 톤을 책임지는 핵심 거점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자동차 강판과 후판을 주로 생산하는 당진공장의 가동도 6월 29일부터 7월 15일까지 중단했다. 4월에도 철근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감산 조치 차원에서 한 달 동안 인천공장 문을 닫았고 봉형강을 생산하는 포항2공장은 6월부터 무기한 셧다운에 들어갔다.
업계는 저가 일본산 철근의 수입이 지속될 경우 공장 전체를 멈추는 고육지책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철근 생산 1·2위 업체가 동시에 생산을 중단했을 때마저 철근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서 사실상 시장 정상화 방안이 없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고정비용과 노조 반발 등의 영향으로 공장을 장기간 멈출 수도 없는 일이다.
업계에서는 일본산 철근이 덤핑 형태로 국내로 수입되는 현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 일본의 철근 내수 가격은 100만 원을 웃돌지만 이보다 36%나 낮은 가격에 한국에 밀어내기 식 수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절대적인 규모가 연간 10만 톤 수준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업계는 일본의 철근 수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매우 적은 상태에서 업체들의 생산 중단은 사실상 유일한 철근 시장화 정책”이라며 “싼 가격을 앞세운 일본 철근의 수입이 꾸준히 늘어날 경우 열연강판처럼 국내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