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해피엔딩’ 알아본 CJ, 다음 야심은 엄정화 ‘댄싱퀸’

2025-09-11

K뮤지컬 창작 60년

22세 때 인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만난 첫사랑을 7년째 잊지 못하던 여자는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찾아간다. 광고회사에서 잘리고 애인에게 차인 뒤 이 회사를 차린 남자는 여자에게 첫사랑 정보를 묻지만 ‘김종욱’이란 이름 외엔 실마리가 없다. 여자와 남자는 라디오와 신문에 사람 찾는 사연을 내고 온갖 ‘김종욱’들을 만나게 된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말썽뿐인 우여곡절 속에 여자와 남자는 서서히 호감을 갖게 되는데….

서울 대학로 브릭스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100분짜리 창작뮤지컬 ‘김종욱 찾기’(작사·극본·연출 장유정, 작곡 김혜성)의 줄거리다. 등장 배우는 딱 3명. 주인공 남자와 여자, 그리고 20여 가지 역할을 소화하는 멀티맨이다. ‘(첫)사랑’이라는 대학로 취향의 주제, 멀티맨의 감초 연기, 친숙하고 아름다운 멜로디 등이 사랑받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오픈런’(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는 공연 방식)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엔 동명의 소설과 영화도 나왔다.

이 작품이 초연된 게 2006년. ‘오페라의 유령’(2001년), ‘맘마미아’(2004년) 등을 거치며 한국 뮤지컬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시기다. 당시 영화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CJ엔터테인먼트(현재 CJ ENM에 통합) 안에서 2004년 출범한 공연사업부가 제작사 ‘뮤지컬해븐’과 손잡고 만들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발표회에서 ‘김종욱 찾기’를 발굴하고 학생이던 원작자 장유정씨 등과 계약했다. 초연 당시 제작비는 4억여원이었다.

(CJ ENM 예주열 공연사업부장)

올해 창작 19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총 1만3000여 회 공연하고 누적 관객이 155만 명에 이른다. 한국 소극장 창작 뮤지컬로는 최초로 중국과 일본에 동시 라이선스를 수출하기도 했다. CJ ENM이 한·중·일을 잇는 ‘원아시아마켓’을 구상하는 데 교두보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기간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세는 놀랍다. 지난 2일 한국뮤지컬협회 주최로 열린 ‘뮤지컬포럼 2025’ 발표 자료(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공연 건수는 1587건, 회차는 2만1378회로 티켓 예매수 약 400만 매, 판매액은 2376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공연 건수는 8.5%, 관객 수는 4.4% 늘었다. 지난해 전체로 봤을 때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4651억원을 기록해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 이래 최다였다.

세계시장에서 한국 시장의 규모는 어떨까. 지난해 브로드웨이 관람객은 1470만명, 티켓 판매액은 2조641억원이다. 웨스트엔드는 1710만 명이 관람하고 1조8811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판매액으로만 보면 한국은 브로드웨이의 22.5%, 웨스트엔드의 24.7% 규모지만, 관람객 수를 보면 브로드웨이의 53.3%, 웨스트엔드의 45.8%나 된다. 절대적인 관객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에서 열성적인 N차 관람이 그만큼 활발하단 얘기다. 이들 중 상당수가 대학로 소극장의 매니어층을 형성한다. ‘김종욱 찾기’나 ‘어쩌면 해피엔딩’을 키워운 풀뿌리 ‘뮤덕’들이다.

이번 회차에선 이른바 ‘K뮤지컬’의 성장에 중요한 축을 담당한 대기업의 문화사업을 CJ ENM을 통해 돌아본다. CJ ENM은 앞서 오리온·롯데 등과 함께 뮤지컬에 뛰어들었다가 현재까지 사실상 유일한 플레이어로 남은 대기업이다. 오늘날 흔히 쓰이는 ‘K뮤지컬’이라는 카테고리도 CJ ENM이 한·중·일 ‘원아시아마켓’을 노리고 선도적으로 사용해 왔다.

먼저 하나의 대본이 뮤지컬 작품이 되기까지 인큐베이팅 과정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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