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가 들썩였다, 진은숙 3시간 오페라 충격

2025-05-29

김호정의 더클래식 in 유럽

작곡가 진은숙은 약속 시간인 오후 1시30분에 정확히 나타났다. 이날 그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인터뷰가 끝나면 영국의 출판사, 그다음에는 미국의 오케스트라가 그를 만나러 온다. 그 후 청중 앞에서 과학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에 출연한다. 그리고 오후 7시에는 자신의 오페라가 공연되는 객석에 앉는 일정이다.

여기는 독일의 부유한 항구도시인 함부르크. 그중에서도 유독 도도한 명품 거리 근처에 오페라 극장이 자리 잡고 있다. 1678년 문을 연 이 극장에 지금 진은숙의 새 오페라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오페라의 제작 발표회, 사전 설명회, 어린이를 위한 체험 행사, 대담이 줄지어 열리고 있다.

5월 함부르크의 주인공은 진은숙이다.

“글쎄, 이게 뭐 좀 끝나야 실감이 날 텐데, 지금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

오페라 극장에서 한 블록 떨어진 호텔의 카페에 자리를 잡으며 그가 말했다. “작품을 보고 나면 알 텐데, 오늘 직접 한번 봐요.”

말로 설명하기가 힘든 오페라, 휴식 시간까지 3시간30분에 달하는 대작. 진은숙의 두 번째 오페라 ‘달의 어두운 면(Die dunkel Seite des Mondes)’은 사흘 전 여기에서 초연됐다. 21일인 오늘 그 두 번째 공연이 열린다.

대화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독일의 언론 몇 곳은 오페라의 18일 초연 이후 “내용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불만을 담아 기사를 발행했다.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예상했던 반응이었어요. 이 오페라는 텍스트를 미리 보고 온 사람과, 그냥 한번 본 사람의 이해도가 확실히 달라요.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쉽지 않아요.”

진은숙은 후렴구처럼 반복했다. “직접 보면 알 거예요.” 맞다, 공연 관람과 인터뷰의 순서가 바뀌었지만 할 수 없다. 그의 말대로 직접 볼 차례다. 어쩌면 21세기 최고의 문제작이 될 오페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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