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까지 ‘트윈데믹’ 아찔
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13.6명
지난해 같은 기간比 3.5배 증가세
고령층·영유아는 면역력 약해 취약
백신 효과 접종 후 평균 6개월뿐
올해 인플루엔자(독감)의 유행세가 심상찮다. 지난달 19~25일 전국 200개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는 13.6명으로 유행 기준치(9.1명)를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3.9명보다 3.5배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독감 유행주의보는 지난해(12월20일)보다 두 달 앞선 지난달 17일 내려졌다. 2009년 신종플루와 2022~2023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시기를 제외하면 10월에 독감 유행주의보가 내려진 건 역대 두 번째다. 보건당국은 올해 독감 유행이 지난 10년 사이 최대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감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겨울철 으레 앓고 지나가는 질환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65세 이상 고령층, 혹은 만성질환자의 경우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 자칫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매년 돌아오는 ‘예방접종의 계절’이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4일 이재갑(사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에게 올해 독감 유행의 특징과 백신 접종의 필요성에 대해 물었다.

ㅡ올해 독감 유행 양상은.
“코로나19 이후 독감 유행이 상당히 불규칙하게 진행돼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올겨울은 지난 10년간 가장 유행했던 지난해 겨울보다 더 확산하고 유행 기간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대만, 홍콩 등 주변국들도 지난해보다 독감 유행이 일찍 시작됐고, 추석 연휴 기간 해외여행이 많아지면서 국내로 유입돼 유행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이른 시기, 10∼11월 유행이 본격화하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이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11월 말~12월 초쯤 유행이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ㅡ코로나19·폐렴구균 백신 등과 동시에 맞아도 괜찮을까.
“지난해는 코로나19 유행이 추석 이전에 끝났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독감과 동시에 퍼지는 ‘트윈데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같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까지 겹치면서 여러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양상이다. 이런 복합 유행은 최근 몇 년 사이 새롭게 나타난 특징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감·코로나19·폐렴구균 세 백신을 동시에 맞아도 안전성이나 면역 반응에 큰 차이는 없다. 단, 이상 반응이 생겼을 때 원인을 구분할 수 있도록 어떤 백신을 어느 부위에 맞았는지 기록해 두면 좋다. 접종 후 근육통이나 열이 나더라도 대부분은 가볍고, 타이레놀이나 이부프로펜 등을 복용하고 쉬면 된다.”


ㅡ독감 백신을 매년 맞아야 하는 이유는. 이미 독감에 걸린 사람도 백신을 맞아야 하나.
“우리나라는 온대기후라 겨울철에 유행이 집중돼, 가을에 맞아 봄까지 예방하는 패턴이다. 백신 접종 후 2주 정도 지나면 항체가 생기고 평균 6개월(3~12개월) 면역효과가 지속되는데 고령층은 면역 효과가 빨리 떨어진다. 여기에 독감 바이러스의 형태가 바뀌는 것도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다. 한 번 독감에 걸렸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코로나19처럼 독감도 여러 가지 변이가 나타난다. 이번에 A형 독감에 걸렸더라도 다음 유행 때 B형에 감염될 수 있다. 독감이 완전히 회복된 뒤라면 예방접종을 하길 권장한다.”
ㅡ접종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몸이 많이 아프거나 고열이 있으면 회복 후 접종하는 게 좋지만, 가벼운 감기나 미열 정도는 괜찮다. 접종 후 30분 정도는 병원에 머물러 이상반응이 없는지 관찰해야 한다. 고열이나 예상치 못한 증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에 연락해야 한다. 접종 부위 통증이나 근육통, 오한 같은 가벼운 증상은 흔한 반응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ㅡ3가, 4가 뭘 맞아야 할까. 백신 제조 방식에 따른 효능 차이가 있나.
“A형 2종, B형 2종을 포함한 게 4가 백신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B형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검출이 되지 않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균주를 굳이 포함할 필요가 없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부터 다시 3가 백신을 권고했다. 4가 백신을 굳이 맞지 않아도 된다. 또 백신은 크게 유정란 배양과 세포 배양 방식으로 나뉜다. 유정란 백신은 닭의 수정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조류 세포에서 자라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킬 수 있어 실제 유행 바이러스와 차이가 생길 때가 있다. 반면 세포 배양 백신은 사람 세포에 가까운 환경에서 배양하기 때문에 유행주와의 일치도가 높다. 특히 계란 배양에서 변이가 생긴 해에는 세포 배양 백신의 효과가 5∼20% 더 높다는 보고들이 나온다. 영국은 세포배양 백신을 우선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ㅡ우리나라도 독감 예방접종에 고면역원성(면역증강) 백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면역증강 백신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면역증강제를 넣은 백신, 또 하나는 항원 용량을 4배로 높인 고용량 백신이다. 연구 결과, 일반 백신보다 입원·사망 예방 효과가 10~30% 높다고 보고돼 있다. 그래서 미국, 영국 등은 3년여 전부터 고면역원성 백신을 우선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예산 문제로 아직 국가 무료접종에는 포함되지 않았고, 두 배 정도 높은 접종 비용에 권고도 쉽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 고령층, 85세 이상 초고령층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ㅡ고면역원성 백신 대신 정부는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을 기존 13세 이하에서 18세 이하로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는데.
“청소년은 학교·학원을 통해 유행을 크게 확산시키는 집단이다. 학생들이 독감에 걸리면 결석이 늘고, 가정 내 전파로 노인층 피해가 커진다. 그런 점에서 접종 확대는 의미가 있지만 독감에 가장 치명적인 노인층에 대한 고면역원성 백신 예산 배정이 안 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임신부나 만성질환자처럼 아직도 무료접종 대상에서 빠진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다. 청소년 접종과 함께 이들에 대한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ㅡ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는 독감 백신 접종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어르신 80% 이상이 매년 맞는다. 코로나19 백신도 이미 수천만 회 접종됐고, 그만큼 이상반응 데이터가 축적됐다. 이 정도면 안전성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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