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성간 천체는 외계인의 우주선" 이 말이 헛소리인 까닭

2025-08-11

[비즈한국] 한때 많은 SF 팬들을 설레게하고 사라진 오우무아무아를 기억하는가. 태양계 바깥에서 날아온 성간 천체였던 오우무아무아는 기다란 모양에, 심지어 태양계를 떠나면서 속도가 더 가속되는 듯한 놀라운 움직임까지 보여 크게 주목받았다. 특히 하버드대학교의 천문학자 아비 로엡이 꽤 진지하게 그 정체가 외계 지적 존재의 우주선일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더욱 이슈가 되었다. 아쉽게도 오우무아무아는 이미 처음 발견되었을 때부터 태양을 한 번 스치고 멀리 도망가는 중이었고, 이제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정말 그 정체가 외계인의 정찰기였는지, 아니면 그냥 평범한 얼음 돌멩이를 보고 로엡이 설레발을 친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다시 한번 SF 팬들을 두근거리게 만든 사건이 벌어졌다. 오랜만에 또 다른 성간 천체가 찾아온 것이다. 2017년 오우무아무아(1I/ʻOumuamua), 2019년 보리소프(2I/Borisov)에 이어 세 번째다. 그리고 또 다시 아비 로엡이 등장했다. 그는 이번에 찾아온 세 번째 손님도 외계인의 우주선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이번엔 상당히 호전적인 존재가 타고 있을지 모른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그렇다면 오우무아무아는 선발대였고, 이제 본격적으로 지구를 침공하기 위해 외계인 군대가 우리를 찾아온 것일까? 과연 아비 로엡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주류 천문학계는 왜 그를 비난하는지, 그 실상을 파헤쳐본다.

2017년 처음 발견된 오우무아무아 이후, 간간히 성간 천체가 발견되고 있다. 성간 천체(interstellar objects)는 태양계 바깥 먼 우주에서 태양계 안쪽으로 날아온 천체를 말한다. 이어 2019년에 발견된 보리소프, 그리고 2025년 7월 1일 칠레의 아틀라스 서베이 망원경에 세 번째 성간 천체가 포착되었다. 처음에는 A11PL3z라는 임시 명칭으로 불렸는데, 초기 분석에서 아주 극단적인 쌍곡선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무려 이 천체는 무려 61km/s의 속도로 아주 빠르게 우주를 여행하고 있었는데, 단순히 태양계 중력에 붙잡힌 천체라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쌍곡선 궤도의 이심률이 오우무아무아는 1.2 정도, 보리소프는 3.8 정도였는데 이번 세 번째 손님이 그리는 쌍곡선 궤도의 이심률은 6을 넘는다. 태양계 바깥에서 날아왔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졌고, 현재 공식적으로 3I 아틀라스(3I Atlas)라는 이름으로 성간 천체 목록에 추가됐다. 

다양한 지상 망원경, 우주 망원경이 모두 이 천체를 겨냥하고 있다. 시시각각 새로운 관측 데이터가 쏟아지는 중이다. 그런데 3I 아틀라스의 특징이 하나둘 밝혀지는 것과 함께 유명한 ‘외계 우주선 추종자’가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버드대 천문학과 교수 아비 로엡이다. 이미 그는 지난 2017년 오우무아무아에 대해, 성간 우주를 여행하는 외계인의 우주선일 가능성을 진지하게 제시해 학계뿐 아니라 언론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사람이다.

그렇다면 로엡은 이런 주장을 왜 다시 꺼냈을까? 그가 제기하는 3I 아틀라스의 이상한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크기가 지나치게 크다. 둘째, 일반적인 혜성에서 보여야 할 화학 성분이 보이지 않는다. 셋째, 궤도가 태양계 평면에 이상한 방향으로 기울어졌고, 특히 금성, 화성, 목성 등 태양계 행성들을 여러 개 근접 비행하는 경로를 그린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우선 첫 번째, 현재까지 관측된 3I 아틀라스의 사진을 통해 유추한 크기는 수십 km에 이른다. 이건 앞선 두 성간 천체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크다. 오우무아무아는 길이가 약 150m였고, 보리소프는 0.5km 정도 크기의 성간 혜성이었다. 3I 아틀라스​가 이보다 10배 이상 더 크다는 점은 얼핏 보면 이상하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과 혜성은 드물지 않다. 혜성의 크기로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게다가 혜성의 크기를 재는 건 상당히 까다롭다. 태양에 근접할수록 태양 빛에 의해 혜성 얼음이 승화하면서 가스 구름 덩어리, 코마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태양 가까이 지나간 혜성 홈즈(Holmes)는 그 코마가 무려 140만 km까지 부풀어올랐다. 이는 태양 지름에 맞먹는 수준이다.

마침 최근 관측을 시작한 베라 루빈 망원경도 우연히 3I 아틀라스를 포착했다. 그 사진을 보면, 3I 아틀라스의 혜성 꼬리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직전으로 보인다. 사진 속 이미지로 추정한 당시 3I 아틀라스의 크기는 11.5km 정도다. 허블 망원경으로 포착한 추가 사진을 보면, 확실히 그 사이 혜성 꼬리가 길게 자라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태양에 접근하면서 얼음이 승화하고 꼬리가 더 길고 선명해지는 혜성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래서 3I 아틀라스는 처음 발견 이후 24시간 만에 공식적으로 혜성으로 인정받았고, 혜성 C/2025 N1라는 이름도 얻었다. 따라서 단순히 크기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외계인의 우주선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로엡은 오우무아무아 때에는 오히려 반대 주장을 했었는데, 오우무아무아의 크기가 딱 100~200m 정도라는 점을 들어 우주인이 타고 있는 우주선에 들어맞는 적당한 크기라고 주장했다. 즉 크기가 클 때는 커서 문제고, 작을 때는 작아서 문제라는 식의 갖다붙이기 주장인 셈이다.

두 번째, 혜성에서 보여야 할 화학 성분이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도 이미 추가 관측을 통해 기각되었다. 최근 제미니 노스 망원경을 비롯한 다양한 관측을 통해 3I 아틀라스​가 최소한 물 얼음과 규산염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건 평범한 물 얼음과 암석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혜성의 특징이다. 선명한 시안화물(CN)이나 하이드록실기(OH) 성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그리 이상한 게 아니다. 태양에 가까이 접근하기 전 ​얼음이 ​아직 충분히 승화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런 성분이 많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것도 장주기 혜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가장 크게 주목받은 게 세 번째 주장이다. 3I 아틀라스의 궤도가 거의 황도면에 나란하게 누운 모양이고, 일부 태양계 행성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궤도를 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로엡은 누군가 의도를 갖고 태양계 행성 여러 개를 탐사할 목적으로 날아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3I 아틀라스의 궤도는 황도면에 175도 가량 기울어져 있다. 다시 말해 태양계 진행 방향에 거꾸로 역행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의 주장과 달리 3I 아틀라스의 궤도는 태양계 행성에 그다지 가까이 접근하지 못한다. 화성에는 0.2AU 정도 접근할 수 있지만, 목성에는 4AU 정도 거리까지 접근한다. 지구는 전혀 접근하지 못한다.

사실 아비 로엡은 이미 여러 번 학계에서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오우무아무아의 외계인 우주선 가설을 제시해 큰 주목을 받은 그는 자신의 ‘참신한 가설’에 회의적인 주류 천문학계를 꼰대 취급하며 자신을 마치 고독한 갈릴레이처럼 포장했다.

이미 지난 2023년 아비 로엡은 신망을 크게 잃는 민망한 흑역사를 남긴 바 있다. 지구의 바닷속에서 외계인의 성간 우주선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으나 알고 보니 모두 거짓으로 밝혀진 것이다. 2014년 1월 8일 남태평양 파퓨아뉴기니 상공에서 큰 폭발이 발생했다. 45km/s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진입한 운석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운석은 CNEOS 2014-01-08로 부른다. 아비 로엡은 2019년 논문을 통해 당시 운석도 사실 태양계 바깥에서 날아온 성간 천체의 조각일 것이라 주장했고, 2023년 바닷속에서 그 성간 우주선의 파편을 직접 찾겠다며 ‘갈릴레오 프로젝트’ 모금을 시작했다.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에까지 등장한 로엡은 헌신적으로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홍보했고, 150만 달러(약 20억 원)를 들여 실제 바닷속을 뒤졌다.

로엡은 운석이 떨어진 시점으로 추정되는 시기, 인근 지진계에 감지된 진동 기록을 바탕으로 수색 범위를 좁혀나갔다. 그리고 바닷속에 자석 탐지기를 활용해 금속 파편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그 조각은 작은 비비탄 총알처럼 매끈한 구슬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지구 대기권을 통과할 때 파편 조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과 유사했다.

하지만 많은 천문학자들은 로엡의 조사 방식 자체에 의문을 품었고, 이런 식으로는 발견한 조각이 정말 성간 천체의 조각인지 확인조차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 로엡이 조사한 바닷가 인근 도로에는 큰 트럭이 자주 오고갔다. 당시 그가 운석 충돌의 근거로 삼은 진동도 도로에 대형 트럭이 지나다니면서 흔하게 만들어지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서 일부 천문학자들은 로엡이 UFO 조각을 찾겠다더니 결국 트럭 조각을 찾았다며 “외계인이 트럭을 타고 지구에 온 것이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런 흑역사가 쌓이면서 로엡은 점점 신망을 잃어가고 있다.

사실 로엡의 이러한 주장이 더 안 좋은 이유는 정작 우리가 집중해야 할, 천문학적으로 더 중요한 질문에서 자꾸 눈길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연이어 발견되는 성간 천체의 등장이 중요한 건, 외계인의 우주선일 가능성 때문이 아니다. 성간 천체의 존재는 우리 태양계가 고립되지 않았으며, 쉬지 않고 태양계 바깥 성간 우주와 직접 물질 교환까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태양계 바깥에서 새로운 천체가 유입된다면, 반대로 태양계에 있던 천체가 바깥으로 날아갈 수도 있다. 비록 긴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 은하를 이루는 수많은 개별 항성계가 서로가 품고 있던 물질을 교환하면서 다양한 물질이 ​골고루 ​은하계 전체에 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천문학자들은 이미 우리 태양계 안에 적어도 1만 개 이상의 성간 천체가 항상 공존하고 있을 거라 추정한다. 본격적인 관측을 시작한 베라 루빈 망원경, 그리고 제임스 웹으로 앞으로 더 많은 성간 천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특히 3I 아틀라스가 독특한 건, 가장 유력한 외계인 우주선이어서가 아니다. 그 천체가 날아온 곳으로 추정되는 기원이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 원반은 얇은 원반과 두꺼운 원반으로 구분된다. 얇은 원반은 우리 태양처럼 비교적 나중에 태어난 어린 별들이 많다. 반면 두꺼운 원반은 훨씬 나이가 많고, 금속 함량이 적은 별들로 주로 채워져 있다. 앞서 두 번의 성간 천체는 모두 얇은 원반에서 날아왔다. 우리 태양계와 비슷한 이웃 별에 살고 있던 천체가 고향을 떠나 우연히 태양계로 날아온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이번 3I 아틀라스는 두꺼운 원반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태양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별 곁에 살다가 고향을 떠나온 천체일 수 있다. 태양보다 ​적어도 ​30억 년 이상, 최대 90억 년이나 더 늙은 별에서 날아왔을 가능성이 있다. 두꺼운 원반은 태양계가 머무는 얇은 원반보다 수백 광년이나 떨어진 오래된 고대 별들의 영역이다. 3I 아틀라스는 지금으로부터 90억 년 전 이제 막 탄생하던 별 곁에 잠시 머물다가 곧바로 튕겨 날아왔을 수 있다. 별 주변에 이제 막 행성이 반죽되고 행성계가 형성되려던 무렵에 날아왔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3I 아틀라스는 고대 행성 탄생 시점의 모든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관측된 결과를 보면, 3I 아틀라스는 물 얼음이 매우 풍부해 보인다. 처음 형성될 당시, 자신의 고향 별에서 꽤 멀리 떨어져 얼음이 얼 수 있는 경계, 스노라인 바깥에서 탄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고향 별을 떠나 우연히 태양계로 들어오기까지 그 긴 세월 동안 다른 별을 방문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3I 아틀라스는​ 원래 많던 물 얼음을 아직도 머금고 있다. 약 90억 년 전 고향 별을 떠날 때 그 순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별과 행성 형성 과정에 대한 소중한 증거를 품고 우리 태양계에 날아왔다. 앞으로 9~11월 사이, 3I 아틀라스는 태양 근처를 빠르게 지나가면서 많은 물 얼음이 승화하게 된다. 그러면 뚜렷하게 혜성 꼬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3I 아틀라스가 외계인 우주선이 아니라 그저 물 얼음이 많은 혜성이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참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종족인 듯하다. 항상 똑같은 텅 빈 하늘을 바라보며, 무언가 신비로운 일이 벌어지기만을 기다린다. 오죽하면 가끔씩 찾아오는 성간 천체를 보며, 혹시 그 안에 외계인이 몰래 타고 있지는 않을지를 기대한다. 이런 상상은 지루한 밤하늘을 좀 더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주지만, 한편으론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하는 더 중요한 질문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못하게 만든다. 아무리 훌륭한 천문학자라도, 돈맛을 본 천문학자도 그런 실수를 하곤 한다. 좀 더 차분하게 지루한 우주를 참고 기다리며, 더 중요한 천문학적인 질문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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