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찬교수의 광고로보는 통신역사]〈39〉챗GPT가 생각을 가진다면

2025-08-10

인간 이외의 존재가 생성한 창작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지 못한다. 카메라가 저작권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인간이 결정한 주제·구도에 따르는 단순한 보조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가수 조영남의 '화투짝 대작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논거도 작품의 핵심은 아이디어 구상에서 최종 마무리에 있으며 대작인은 보조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인공지능(AI)은 어떨까? 영화 '엑스 마키나'의 첫 장면은 AI를, 지능을 가진 인간과 구분하는 '튜링 실험'의 의뢰를 받은 연구자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챗GPT라면 대화·기억·답변 그리고 지식 습득과 같은 기준은 무사통과할지 싶다. 아니 너무 젊잖고 박식해 오히려 티가 날 지경이다. 현실에서는 '인간은 창의적 작업, AI는 보조'의 이분법이 통론이다. 미 저작권청이 스테판 탈러 박사의 창작 기계가 그린 '파라다이스로 가는 입구'의 저작권을 거부한 이유다.

이슈는 AI가 인간과 같은 인지·창의력을 갖출 수 있는가인데 작금의 기술 전개 추이를, 일말의 상상력을 동원해 살펴보면 답변은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챗GPT가 알고리즘 '트랜스포머'에 의해 답변하는 원리를, 무수한 단어·개념이 벡터 공간에 흩뿌려져 형성된 '말 구름(word cloud)' 속 상대적 위치의 학습 결과라고 설명하면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원래 기술이란 새처럼 퍼덕이는 날개를 만들어 보다가 부력의 원리를 깨달아 비행기를 만든 것처럼, 자연 현상의 원리·정신만 구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AI의 말 구름은, 인간 각기 머릿속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고 배우면서 형성돼 생각하거나 타인과 대화하는 나의 사고를 규정하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말 구름 속의 연상 작용을, 전산학적으로 구현했을 뿐이다.

AI는 인간 같은 생식 능력, 적응 및 진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하지만, 당대 석학 폰 노이만의 기계가 기계를 복제하는 이론에 따른 시도는 간간이 이루어지고 있다. AI는, 과거의 경험, 사회문화적인 배경·맥락, 개인 신념과 가치관과 같은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 인간과 다르다지만, 챗GPT가 사전 학습한 방대한 자료 속에는 시대 흐름과 사고가 유한한 인간을 넘어 광범위하게 녹아 있다.

AI는, 인간과 같이 거울을 보면서 자신이 누군가를 생각하는 정체성이나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능력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의식도 어떻게 형성되는지조차 여태껏 규명된 바 없다. 신경망이 특정한 정보 저장소에 접근하면 인식하게 된다는 주장(GNWT)은, 외부 시스템이 논리·정서로 분리된 인간 의식에 접근·조작한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설정으로 등장한다. 집적정보이론(IIT)은, 신경망이 복잡한 정보를 반복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식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영화 '그녀(Her)'에서 AI 사만다는 주인공의 요구를 학습하고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자아의식이 발전한다. 주장대로라면 AI를 사용하다 보면 의식이 형성될 수도 있기에, 애완동물 학대 금지처럼, 어떻게 대우하고 권리를 인정해야 할지와 같은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인류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 인공 일반 지능(AGI)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새로운 의식체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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