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재: 부유식 해상풍력 성공, 배후 제조 기지에 달렸다
1. 80GW 시장이 열린다, 부유체 제조 전용 단지 절실
2. 쿡스하펜, 독일과 유럽 해상풍력의 미래가 되다
3. 해상풍력 공급-물류-운영 클러스터 브레머하펜
4. 10년 도시계획으로 거듭난 해상풍력 허브 헐
5.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이익, 시민 기본소득으로
지난 6월 15일은 독일 풍력 에너지의 날(Tag der Windenergie)이었다. 독일 해상풍력을 총괄하는 연방해양청((BSH: Bundesamts für Seeschifffahrt und Hydrographie)은 독일 해상풍력 15년의 역사를 △배타적 경제구역(EEZ)에 27개 풍력단지, 1541기의 터빈으로 8.6기가와트(GW) 생산역량 구축 △12개 변전소 건설 또는 운영 △환경친화적 확장, 엄격한 소음규제, 탄소배출 최소화로 압축해 평가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는 주로 풍력과 바이오매스, 태양광과 수력으로 이뤄져 있다. 태양광 발전은 2014년까지 세계 1위였고, 2023년 발전 용량은 82GW에 이른다. 풍력은 세계 3위로 2021년 64GW, 이 가운데 해상풍력은 7GW 이상이었다. 독일은 세계 1위의 재생에너지 경제를 가진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은 1990년 3.5%에서 2023년 52.3%로 증가했다.
2024년 독일의 풍력은 총 136.4TWh의 전기를 생산했고, 전력 생산 부문 가운데 최대 부문이 됐다. 2011년 29GW 용량에서 2023년 2배 이상 증가해 72.7GW의 발전 용량을 갖췄다.
2017년 풍력발전 55.6GW 가운데 해상풍력은 5.2GW였다. 전체 전력 생산에서 해상풍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6%, 2010년 6.2%, 2020년 23.3%로 급속하게 증가했다.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30GW, 2045년까지 70GW의 해상풍력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승인과정의 간소화에 주력해 해상풍력 발전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은 2015년 말 2만6772개의 풍력터빈을 설치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풍력 생산 국가로 올라섰다. 에네르콘(Enercon), 노르덱스(Nordex), 젠비온(Senvion) 등 일류 터빈 생산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2045년까지 해상풍력 70GW로
독일의 해상풍력은 2009년 북해 알파 베투스 해상풍력단지(12개 터빈)의 완공으로 본격 시작됐다. 독일 정부의 기본계획인 ‘2010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가 획기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해상풍력에 초점을 맞췄고, 2022년까지 9개 원전을 조기 폐쇄해 해상풍력이 독일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졌다.

2020년 7.6GW였던 해상풍력 전력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26GW로 증대시킨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당시에는 북해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국의 전력망(Grid))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확충이 문제였다. 2014년 해상풍력 410개 터빈을 설치해 1747메가와트(MW)의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그리드 연결작업이 완비되지 않아 실제로는 528.9MW만 작동했다. 전력망 연결이 확충된 2015년부터 해상풍력 발전 용량은 3GW 이상으로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9년 말 터빈 1469개, 7.52GW(북해 6.44GW, 발트해 1.08GW) 용량으로 증가했고, 2018년 총발전량은 25.8TWh로 늘어났다.
독일연방정부는 니더작센주 쿡스하펜에 배후기지 30만㎡를 확장하기로 결정하고 3억 유로의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8.3GW 수준의 생산능력을 2030년 30GW, 2045년 70GW로 획기적으로 증가시킨다는 계획도 세웠다. 해상풍력단지 추가건설과 가동을 위해 200만㎡의 추가 배후기지를 조성한다는 것이 계획의 핵심이다.
평범한 어항에서 다목적 항만 터미널로
쿡스하펜은 독일 북서부 엘베강 하구에 자리한 인구 5만2000명의 작은 항구도시다. 북해와 엘베강이 만나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소규모 항구임에도 해상풍력 산업을 유치해 함부르크와 함께 독일 최대 항구로 부상했다.
쿡스하펜은 현재보다 미래의 항구다. 쿡스하펜은 독일의 여느 항구처럼 과거 수산업과 조선업의 도시였지만 이들 산업이 쇠퇴하면서 지역사회의 위기를 겪었다. 그나마 독일의 가장 큰 도서 휴양지 헬골란트섬으로 떠나는 기점 항구여서 관광업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2000년 쿡스하펜시 정부가 나서 해상풍력 산업을 유치함으로써 북해로 가는 관문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발전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은 현지 산업기반과 최신 물류 시설을 갖춘 유럽 최대의 해양 항만 중 하나로 성장했고, 야심 찬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유럽연합, 독일연방정부, 니더작센주 정부, 쿡스하펜시 정부의 지원과 협력을 바탕으로 해상풍력과 수소 에너지를 급속히 발전시킴으로써 유럽의 에너지 안보와 기후 보호 목표를 추구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모은다.
북해와 엘베강이 만나는 쿡스하펜은 동서로 14km, 남북으로 7km에 불과하지만 가까이는 북서쪽에 있는 노이베르크섬, 멀리는 100km 떨어진 헬골란트섬으로 가는 기점 항구로 관광업이 유명했다. 1900년 함부르크 아메리카 연락선이 정기선 터미널을 건설했고, 철도로 함부르크와 직접 연결돼 1969년 운항을 중지할 때까지 독일인과 동부 유럽인들이 신대륙으로 떠나는 주요 출항지였다.
1차 대전이 일어난 1914년 크리스마스에 영국해군의 공격을 받아 도시가 크게 파괴됐다. 영국군의 상륙지가 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지기도 했다. 2차 대전 당시에는 독일군 무선기지(암호명 BROWN)가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평범한 어항이었던 쿡스하펜은 2000년부터 발전을 시작해 445만㎡ 이상의 면적에 차량 선적과 컨테이너, 일반 화물 처리가 가능한 현대적인 다목적 항만 터미널로 변신했다. 깊은 수심 때문에 아스팔트 물류 지역과 함께 잭업 선박을 위한 또 다른 완벽한 적재 장소가 됐고, 더 큰 대형화물 처리 능력을 갖춘 항구로 자리 잡았다.

쿡스하펜항은 총연장 4km에 1~9번 하역 부두를 갖추고 있다. 1~3번(26만㎡), 4번 부두(8.5만㎡), 8번 부두(약 14.8만㎡), 9.1~9.2부두(11.6만㎡), 93.3~9.4부두(11.6만㎡) 등은 가동하고 있고, 5~7번 부두(28만㎡)는 건설 중이다.
특히 8번과 9번 하역 부두에서는 해상풍력 기업들이 터빈과 나셀, 블레이드 등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8번 부두는 효과적인 화물처리를 위한 시험장으로 활용되고 있고, 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9번 하역 부두는 경사로(Roll-Off 램프)를 통해 초중량 물품을 선적, 하역할 수 있고, 최대 3500톤 용량의 선‧하적 작업이 가능하다.
쿡스하펜항은 중장비와 초대형 부품의 이동이 가능한 중장비 도로와 넓은 화물 적재 공간 등 이상적인 물류기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접한 물류 창고와 예비 선적 지역이 확보돼 있어 대량 선적 수용 능력을 갖추고 있고, 연간 3500개 이상의 풍력 부품이 처리돼 향후 융합될 예정인 풍력-수소 에너지 시설까지 충족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5번에서 7번 부두 건설로 북해 해상에서 작업할 차세대 잭업 선박 작업을 위한 추가 1250미터의 부두도 갖추게 됐다. 14MW 규모의 대형 해상 터빈 시리즈가 매년 최대 360대까지 생산되고, 여기서 유래한 더 큰 용량의 터빈 생산이나 풍력발전소의 완전한 설치가 가능하다. 모노파일이나 분할된 부유식 기초구조 같은 점점 더 큰 부품의 생산, 저장과 운송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쿡스하펜의 미래: F90 계획
쿡스하펜을 독일 풍력의 미래로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F90 계획 때문이다. 항만 배후에 200만㎡ 규모의 부지를 개발하는 이 계획은 추가적 생산과 물류단지의 확장, 공급업체 단지 확장 등을 목적으로 한다.
항만 남쪽의 배후기지는 73번 고속도로와 연결해 전국적 물류망과 접속하고, 직접적으로는 새로운 중부하 교량을 구축해 총 129만5000㎡의 잠재적 항구 확장을 완성할 예정이다. 해상풍력과 연계해 쿡스하펜시가 추구하는 수소 계획(C/H2) 프로젝트에서 수소의 현지 생산시설과 수소 충전소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인터뷰] 위르겐 폰 아넨 쿡스하펜 풍력산업센터 소장

쿡스하펜 해상풍력 배후기지의 운영을 책임지는 독일풍력산업센터(DOIZ) 쿡스하펜 사무소의 위르겐 폰 아넨 소장을 만났다. 쿡스하펜 풍력산업센터는 쿡스하펜시가 운영하는 공기업이며, 작지만 거대한 항만시설의 운영을 책임지는 강소기업이다. 아넨 소장은 2시간에 가까운 인터뷰를 통해 쿡스하펜 풍력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정열적으로 설명했다.
-쿡스하펜의 풍력산업은?
쿡스하펜은 덴마크의 에스비에르, 독일의 브레머하펜과 더불어 유럽 3대 해상풍력 중심지다. 비록 출발은 가장 늦었지만, 4km의 항만, 풍부한 배후시설, 관련 산업기반 등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 독일 해상풍력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다.
-주요 기업은?
세계 2위의 터빈업체인 지멘스가메사(Siemens Gamesa)가 공장을 설립해 가동 중이다. 지역 역사상 최대의 투자였고, 현재 1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또 타워생산 업체인 중국계 타이탄이 2억 유로 이상을 투장해 공장을 건설 중이다. GE재생에너지가 나셀 생산을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케이블 업체인 NSW도 있다.
-쿡스하펜 풍력산업의 미래는?
긴 해안선을 따라 풍력 부품을 선적, 하역할 수 있는 인프라를 최대로 갖추고 있다. 여기에 항만 남쪽으로 200만㎡ 규모의 배후 산업부지를 확보해 북해 풍력산업의 인프라와 배후기지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쿡스하펜 수소 프로젝트의 관련 시설을 수용하게 되면 독일 최대의 수소 기지가 될 것이다.
-종합적인 유지보수 센터는 있는가?
유지보수는 각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기업들이 별도로 운영한다. 헬골란트는 북해에서 가장 주요한 유지보수 기지이다. 앞으로 해상풍력 단지가 더욱 늘어나면서 계속 중요한 유지보수 기지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해상풍력 운영 기지 헬골란트
2013년부터 이온, RWE, 윈드MW 등의 업체가 헬골란트섬 남항에 해상풍력단지 운영과 유지보수 서비스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헬골란트는 세계 최초로 해상풍력 서비스를 제공하는 섬이 됐다. 헬골란트섬 북쪽 24km 지점에 메르빈트 남/동 프로젝트의 2개 풍력단지가 있고, 36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쿡스하펜은 독일 해상풍력에서 후발 주자지만, 유리한 입지와 확장성으로 2045년 70GW 목표를 추구하는 독일 해상풍력의 미래가 되고 있다. 발트해와 북해로 나뉘어 있는 독일 해안에서 쿡스하펜은 북해 해상풍력의 중심 배후기지로 발전하고 있다.
여객항과 컨테이너항 외에 4km에 이르는 항만 구간에 해상풍력을 위한 부두 시설이 독자적으로 구축돼 있다는 것은 쿡스하펜의 강점이다. 또 항만 남쪽으로 배후 생산단지와 물류단지를 추가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어 쿡스하펜은 100GW 이상 해상풍력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종호 기자
통역: 원영수 국제포럼 운영위원
도움: 볼프강 폼렌, 환경문제 전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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