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R&D 뒷걸음질 막자

2025-06-25

지금 현 상태로도 한국 반도체산업은 위기다. 중국의 기술 추격이 거센데다, 원래 종주국이던 미국·일본 또한 차세대 기술 확보에 혈안이 돼있다. 미국 정부는 아예 한국산 반도체에 일반 관세뿐 아니라 품목 관세까지 더해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래 기술확보를 위한 준비는 어떨까. 이 쪽이 더 위태로운 건, 지금은 그나마 기술우위에 있지만 어느 시점엔 미·일에 주도권을 내주고, 중국엔 상용 반도체까지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예 K-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는 일은 상상하기 조차 두렵다.

이런 상황에 미국과 일본은 정부와 산업계가 한뜻으로 뭉쳐 초미세 반도체 회로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이미 도입했거나, 가동할 예정이라 한다. 이 장비를 활용해 미국과 일본은 자국 반도체기업들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기업의 연구개발(R&D)도 지원할 계획이다.

가뜩이나 협공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떤가. 최신 EUV 한대 가격 정도 밖에 안되는 국가예산을 갖고 민관 R&D 역량 결집을 부르짖고 있다. EUV 이전 세대 장비인 '불화아르곤(ArF) 이머전' 장비를 들여서 미래 기술을 찾겠다고 하니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반도체 경쟁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선도기업의 자체 역량 뿐 아니라, 대학교·연구소·소부장 기업들의 R&D 역량이 총결집돼 겨우 발현되는 그야말로 최첨단 종합기술이다. 미국과 일본이 정부 차원의 거대 자본을 들여 EUV를 도입·활용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EUV 도입을 직접 예산을 꾸려 추진하려면 국회 승인 등 이번 정부 임기내 될까말까한 지난한 작업이 될 것이다. 이를 R&D를 담당하는 관련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공동 출자 방식이나 아예 수요 대학교 연구소 등의 자금을 출연 받아 공동 구매하는 방식으로 풀어간다면 아예 접근 못할 일도 아니다.

출자자 수익 환원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정부가 이 프로젝트의 목적성을 승인하는 차원에서 10~20% 가량의 선자금을 낸다면 일본의 가동 시점은 2027년 이전이라도 충분히 도입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소버린 인공지능(AI)'을 주창하고, 펼칠 수 있는 기반 대부분은 반도체에서 나왔다. 그 반도체가 미래에 더 경쟁력 있는 분야로 세계시장을 호령할 수 있는 기회를 고작 EUV 장비에 가로막힐 순 없는 일 아닌가. 새정부의 적극적인 현황 파악과 대책이 필요하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