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내내 야유를 퍼붓던 관중에게 프로 선수가 직접 찾아가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 선수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고 슈퍼스타라면 더욱 놀랍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원정 경기에서 팀이 7-2로 리드하던 9회 시즌 45호 홈런을 쳤다.
오타니가 그라운드를 누빈 다음 찾아간 곳은 환호하는 동료들이 있는 더그아웃이 아니라 더그아웃 바로 옆 관중석이었다. 샌디에이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유니폼을 입은 한 관중에게 찾아가 직접 하이파이브를 했고 이 관중은 당황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응했다. 오타니는 그의 어깨를 한번 두드린 다음 더그아웃으로 내려갔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과 팀 동료들은 더그아웃에서 크게 웃으며 이 장면을 지켜봤다. 현지 중계진은 “백만불짜리 하이파이브”라고 표현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MLB닷컴 등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이 관중이 경기 내내 다저스, 특히 오타니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고 전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중 계속 내 오른쪽 귀에 그 팬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아주 성가셨다. 그는 오타니를 지치게 했다. 그래서 오타니가 하이파이브를 하는 게 보기 좋았고 재밌었다. 오타니의 성품을 잘 보여준 장면”이라고 말했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는 74승57패로 내셔널리그 공동 선두를 달리는 라이벌 관계다. 올 시즌 상대 전적은 다저스가 우위지만 이번 시리즈의 첫 2연전은 샌디에이고가 내리 이겼다. 다저스 타선은 앞선 두 경기에서 안타를 총 5개 뽑아내는 데 그쳤고 오타니도 이날 홈런 전까지 10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모처럼 이날은 다저스가 홈런만 4개를 뽑아내며 큰 점수차(8-2)로 승리했다. 오타니는 자신과 팀이 부진을 씻어내는 가장 기쁜 순간 라이벌 팀의 열성 팬을 찾아갔고 양 팀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날 연타석 홈런을 터뜨린 다저스 프레디 프리먼은 경기를 마치고 “그 샌디에이고 팬이 경기 중 계속 오타니에게 말을 걸었던 것 같다. 오타니가 그에게도 다른 응원거리를 제공한 것 같아 기쁘다”고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