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바꿔야죠. 지금 이 나라 돌아가는 형편이 어떻습니까? 절대 비정상적입니다.”
13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 계양산전통시장에서 만난 임정우(48)씨는 ‘정권 교체론’으로 대화를 풀어갔다. 이곳에서 식품·잡화점을 운영 중인 임씨는 과거 ‘강경 보수’였다고 한다. 그가 경상도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여년 전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을 지켜보며 진보 성향으로 돌아섰다. 임씨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에 이어 명태균까지 민간인이 나라를 실질적으로 다스리는 게 말이 되냐”고 되물었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표를 줄지는 고민 중이다. 임씨는 “앞서 대선 경선 토론회를 시청하며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면서 “한쪽은 반탄(탄핵 반대)·찬탄(탄핵 찬성)으로, 다른 쪽에선 비명·친명 갈라져 싸우는 게 그들만의 세상인 듯 싶었다”고 날을 세웠다. 상인들 간에도 선호 정치인이나 정당에 관한 대화는 매우 조심스럽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매일 얼굴을 맞대는 좁은 골목 안에서 자칫 감정 다툼으로 번져 얼굴마저 붉힐 수 있어서다.
계양산전통시장을 포함한 계양구을은 이 후보의 지역구이다. 국민의힘 불모지이기도 하다. 실제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계양갑·을로 나뉘고 2010년 보궐선거를 제외하면 민주당이 모두 이겼다. 이재명 후보는 2022년 국회의원 보선에 이어 지난해 총선에서 잇따라 금배지를 달았다.


인근에서 생선을 파는 한 어르신은 “민생이 파탄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생 파탄 주범은 최근 국정 책임자”라며 “자영업자들은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지내기도 힘들다. 바닥 민심을 ‘잘 살피겠다’고 진정성이 없는 말을 내뱉은 지금 정권에 배신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당층은 아니지만, 당을 떠나서 공약을 실천하는 유능한 사람이 뽑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수의 무덤’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찍지 않겠다는 유권자는 상당하다. 자신을 중도층이라고 밝힌 60대 방모씨는 “매번 대통령 선거 때마다 ‘바뀌면 나아질까’, ‘지금보다 더 나쁘지는 않겠지’란 막연한 기대를 가졌다”며 “그동안 소신껏 투표했는 데 정권을 잡고나면 국민 목소리를 외면하는 모습에 불쾌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지율이 높은 후보는 사법리스크라는 흠결이 커 뭘 믿고 내 권리를 행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예 투표장에 가고 싶지도 않은 마음”이라고 한탄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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