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 철도를 보라"…금융위원장이 K-금융에 남긴 메시지

2025-11-05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스위스 최고의 관광 유산인 융프라우 철도를 가능하게 한 기업가정신과 금융 지원, 장기 투자를 접목한 한국형 생산적 금융 모델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정책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 금융사에는 세제 혜택 같은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9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새로운 미래를 위한 금융 대전환’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한국은 대외적으로 미중 및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 더해 자유무역 체제 균열이라는 세 개의 전쟁이, 대내적으로는 저성장과 양극화·저출생의 3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성장 잠재력 회복을 뒷받침할 금융 본연의 역할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부동산금융 노출액이 4000조 원을 상회하는 등 비생산적이고 위험한 부문이 비대화돼 있다”며 “정책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스위스 융프라우철도의 성공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융프라우철도는 스위스 기업가 아돌프 가이어첼러가 산봉우리를 뚫고 기차가 다닐 수 있게 하자는 꿈에서 시작됐지만 그 완성은 파이낸싱, 즉 금융에서 나온 것”이라며 “기업가정신이 모험자본과 장기 투자로 뒷받침될 때 스위스 관광의 미래를 바꾼 융프라우철도가 탄생하게 됐고 이것이 한국의 생산적 금융의 시사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융프라우철도는 1896년부터 1912년까지 16년간 건설됐으며 당시로는 대규모인 1500만 프랑의 자금이 들었다. 이 위원장은 “정부의 역할은 불편한 것을 풀어주는 것”이라며 “금융사의 장기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 측면에서 뭔가 만들 게 있으면 만들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세계는 산업·투자 전쟁…'정책·벤처·지역금융' 3종 세트로 마중물 부을 것"

금융위원장에 취임한 후 첫 대외 강연에 나선 이억원 위원장은 시작부터 글로벌 흐름과 국내 동향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치열한 패권 경쟁 △인공지능(AI) 기술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자유무역 체제 균열의 시작이라는 3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으로는 △저성장으로 인한 피크(peak) 코리아 △양극화 심화로 성장 기반 침식 △사라지는 젊음, 늘어나는 부담(저출생·고령화)의 3개 위기를 들었다.

이 위원장은 “세계 주요국은 AI와 에너지·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 총력전을 실시 중”이라며 “핵심은 산업 전쟁이며 산업 부활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어떻게 파이낸싱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월가라는 강력한 수단과 실리콘밸리라는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국가자본주의를 통해 대규모 자본 동원이 가능하다”며 “산업 전환과 산업 정책을 뒷받침할 대규모 투자 재원을 어떤 나라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달할 것인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산업에 자본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할 것인지가 우리 금융에 던져진 숙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정반대라는 게 이 위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한국 금융의 속을 들여다보면 부동산 쏠림이 너무 심각하다”며 “부동산에 몰린 자금이 한국 산업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내 부동산 금융 노출액은 2020년 3060조 원에서 지난해 4137조 원으로 35.2% 급증했다. 이 위원장은 “대출 역시 미래의 사업성보다는 담보·보증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다 보니 벤처·혁신·첨단 분야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021~2023년 4조 원을 웃돌았던 금융권 벤처펀드 출자액이 지난해 2조 9000억 원으로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이 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을 통해 지금까지의 흐름을 바꾸고 부동산에 쏠려 있는 자금의 물줄기를 기업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선 정책금융과 벤처금융·지역금융이라는 ‘3종 금융 세트’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소 150조 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로 AI와 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첨단전략산업에 집중 지원하고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활성화와 세컨더리마켓 조성, 민관 합동 스케일업펀드 확대를 통해 벤처금융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의 후순위로 자금을 대규모로 투입한 뒤 투자 기반을 만들어주면 민간이 자발적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또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과 정책금융의 지방 공급 확대 목표제를 통해 지역금융을 강화하는 식으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민간 금융회사 본연의 역할인 자금 중개 기능도 강화할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은 불리하게, 주식 지분 투자는 유리하게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올해 9월 금융 당국이 발표한 금융권 자본 규제 개편안을 예로 들었다. 당시 금융위는 주담대의 위험 가중치 하한을 현행 15%에서 20%로 높이고 주식·펀드에 대해서는 400%에서 25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제가 취임하자마자 먼저 발표한 게 이것”이라며 “준비된 것부터 빨리 발표해야 민간이 빠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소개했다.

자본시장 활성화도 역설했다. 그는 “토큰증권과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를 활성화하겠다”며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도록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신규로 허가 내 여기서 조성된 자금의 25%가 모험자본에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주주가치 중심 기업 문화 확산에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그는 “기업 성과가 주주에게 돌아간다는 믿음이 있을 때 주주들이 투자하고 이것이 기업에 돌아가면서 성과가 공유되는 것”이라며 “스튜어드십코드 내실화까지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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