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외국인 투수 윌리암 쿠에바스(34)는 감독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선수다. 좋은 공을 갖고 있긴 했지만, 마운드 위에서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마 같았다. 고집이 세다. 포수의 사인대로 던지지 않고, 자신의 투구 패턴을 고집할 때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시즌부터 하락세가 뚜렷했다. 그러나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2025시즌을 준비하며 새로 영입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에게 1선발을 맡기며, 쿠에바스의 부담을 줄여 2선발로 기용키로 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가 한참 좋지 않을 때도 “그래도 중요할 때는 한 번 해준다”며 믿음을 보였다.
KT가 쿠에바스와 결별한다. KT는 올스타 휴식기를 앞두고 전반기 18경기 등판에서 3승10패 평균자책 5.40을 기록한 쿠에바스와 계약을 해지했다. 후반기 상위권 도약을 위해 쿠에바스 대신 패트릭 머피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쿠에바스는 KT와의 7년간 이어진 인연에 마침표를 찍었다.
KT는 물론 이 감독에게도 쿠에바스는 특별한 존재였다. 쿠에바스는 이 감독이 팀 지휘봉을 잡은 2019시즌 KT 유니폼을 입었고, 이후 KT가 누린 최고의 시간과 늘 함께였다. 쿠에바스는 외국인 에이스로 올해까지 KBO리그 149경기에 등판해 55승 45패 평균자책 3.93의 성적을 남겼다.
쿠에바스는 첫 해 라울 알칸타라(키움)와 원투펀치로 13승(10패 평균자책 3.62)으로 활약했고, KT와 재계약한 2020시즌에는 10승(8패 평균자책 4.10)을 따내 팀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앞장 섰다.

쿠에바스의 임팩트는 2021시즌(9승5패 평균자책 4.12) 막판이 강렬했다. 자신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아버지가 코로나19에 걸려 돌아가신 충격에도 이 시즌 쿠에바스는 엄청난 활약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정규리그 마지막 등판인 10월28일 NC전 7이닝 12삼진 2실점 승리투 이후 이틀 만에 삼성과 리그 1위 결정전에 등판해 7이닝 1안타 8삼진 무실점의 쾌투(1-0 승)를 펼쳤다. 이 해 KT의 창단 첫 정규리그 중심에 쿠에바스가 있었다. 쿠에바스는 또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과 경기에서 7.2이닝 7안타 8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을 한국시리즈(4승2패) 정상까지 견인했다.
쿠에바스는 이듬해 5월 팔꿈치 부상으로 팀을 떠나게 된 상황에서도 출국을 미루며 자신의 대체 선수로 입국한 웨스 벤자민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돕는 등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한 뒤 2023시즌 중반 다시 KT에 합류했고, 그해 12승 무패 평균자책 2.60의 압도적인 투구로 에이스 역할을 했다.
그러나 30대 중반을 넘어선 최근에는 기량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173.1이닝을 던졌지만 7승(12패)밖에 따내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는 개막 이후 쭉 슬럼프다. 이 감독은 마지막까지 쿠에바스의 반등을 기대했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면서 쿠에바스는 더스틴 니퍼트, 헨리 소사가 보유한 KBO리그 역대 최장수 외국인 투수 공동 1위(8시즌) 타이 기록을 완성하지 못했다.

쿠에바스의 성격과 스타일은 어쩌면 KBO리그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유형의 외국인 투수다. 하지만 당근과 채찍을 잘 이용하는 이 감독의 유연한 리더십을 만나 장수 외국인 투수로 사랑받을 수 있었다.
KT는 팀을 떠나는 에이스 쿠에바스를 “오랜 기간 팀을 위해 헌신했던 외국인 투수”라고 평가로 예우하며 오는 20일 수원 한화전에서 시즌 중 송별 행사를 열기로 했다. 팬들과도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자리다. 쿠에바스는 지난 15일 수원 시내에서 동료 선수들과 식사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KT를 떠난 쿠에바스의 야구 도전은 계속된다. KT 관계자는 “쿠에바스는 대만, 멕시코 등 해외 리그 팀들의 입단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