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오쿠션

2025-09-05

지난 7월 일본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억 엔을 넘었다. 평균 1억75만 엔으로 작년 동기 대비 약 30% 상승했다. 아파트는 일본에서 만션(マンション)이라고 하고 분양가가 1억 엔을 넘는 만션은 ‘오쿠션’이라고 부른다. 특히 도쿄 중심부의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오쿠션이 늘고 있다.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24년 1억1181만 엔으로 2018년보다 56%나 상승했다. 건축 자재와 인건비 급등 그리고 투자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기존 아파트의 가격도 올라 도쿄 23구의 기존 아파트 시장에서 오쿠션 비율이 10년 사이에 16배 늘어났다. 이제 웬만한 맞벌이 부부도 도쿄 중심부 아파트를 사는 것은 어려워졌다. 부유층이나 투자자의 시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도쿄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도쿄도 치요다구는 최근 투기 목적 아파트 구매 후 5년 내 전매를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부동산 업계의 의견을 구했다. 그런데 업계에선 개인의 재산권을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 그 근거와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며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과거 버블 붕괴로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폭락을 경험했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에 신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도쿄의 아파트값 급등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일본은행의 지속적인 금융완화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부동산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글로벌 자본 유입이다.

외국인 소유의 아파트 임대료와 관련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임대료가 갑자기 크게 오르는 것이다. 도쿄도 이타바시구의 한 아파트는 소유주가 외국인으로 바뀌면서 임대료가 2배 이상 인상됐다. 소유주는 세입자들과 갈등을 빚다가 엘리베이터 운행까지 중단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소유주가 세입자를 내쫓고 민박을 운영하려고 했던 것 같다.

요즘에는 도쿄의 아파트를 사서 민박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료 보다 숙박비를 받는 것이 훨씬 수익이 많기 때문이다. 아파트값이 올랐다고 하면 경기가 좋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도쿄 주민 입장에선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어떻게 주민들을 지킬 것인가가 시급한 문제로 보인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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