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패키징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다. 대규모 AI 연산을 수행할 AI 반도체 칩이 필요하지만 회로 미세화로는 한계가 있다. '무어의 법칙'을 이어갈 성능 고도화 요구에 반도체 기판과 첨단 패키징 기술의 역할이 주목받는다.
동시에 반도체 기판과 첨단 패키징 기술의 대변혁이 요구된다.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소재에서 유리로, 패키징은 서로 다른 반도체를 수직·수평으로 연결하는 이종결합(HI)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것이 대표 사례다.
이같은 시장 패러다임 전환에 PCB 업계도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 AI 고도화 △차세대 통신(6G) △데이터센터의 초고속 및 저전력화 △자율주행·전기차 확산 등에 맞춰 PCB 기술 수준을 한층 높이려는 업계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PCB 산업은 고부가가치화와 글로벌 공급망 확대를 발판 삼아 빠른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KPC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PCB 시장 성장률은 전년 대비 5.4% 성장한 822억5000만달러로 집계된다. 올해도 유사한 지속 성장세가 전망된다.
한국 시장 성장세는 좀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작년 국내 PCB 시장은 약 12조64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기판 산업의 고속 성장에 힘입어 18조278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패키징은 경쟁이 심화됐다. AI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첨단 패키징 수요가 늘어서다. 첨단 패키징은 지역별로 대만과 중국이 시장 점유율 65.6%를 차지한다. 한국은 9.7% 수준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 혁신과 사업 전략이 시급하다.
KPCA가 주최해 3일부터 5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국제 반도체 기판 및 패키징 산업전(KPCA쇼)'은 PCB 및 반도체 패키징 주역들의 주도권 확보 전략을 파악할 자리다. 저마다 기술 혁신으로 미래 PCB 및 반도체 패키징 패권을 쥐려는 행보를 읽을 수 있다.
올해 22회째를 맞이하는 KPCA쇼 2025는 역대 최대 규모로, 국내외 250여개 기업이 총 750 부스에서 첨단 반도체 기판과 패키징 기술을 선보인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꼽히는 유리기판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 상용화를 추진 중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을 필두로 심텍·스태츠칩팩코리아 등 기판 및 패키징 강자들이 대거 출동한다. AI 시대 반도체 기판 시장 변화에 대응, 첨단 공정을 준비 중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도 가세한다. 소부장부터 기판 및 패키지 제조까지 전주기 협력 생태계를 가늠할 수 있다.
KPCA쇼 사전 등록만 1만명이 넘었다. 반도체 기판과 패키징 시장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첨예한 반도체 기판·패키징 시장 경쟁에서 생존할 방법론도 제시한다. '인사이트 2025 국제 심포지엄'에서 △인공지능 시대 HBM의 미래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 동향과 시사점 △최신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기술 개발 방향과 도전 △반도체 테스트 기술 동향 및 미래의 기술적 도전 과제 △반도체 유리기판 글라스관통전극(TGV) 기술 동향 등을 주제로 총 23개의 발표가 준비됐다.
반도체 기판·패키징 업계 최고 전문가들이 산업이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할 통찰력을 제공할 예정이다. KPCA쇼 참가사들의 기술 역량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신제품·신기술 발표회도 전시장 내 현장 세미나실에서 3일간 개최된다.
중국·대만·일본·태국·홍콩·유럽·인도·미국 등 8개국의 PCB산업을 대표하는 협회도 참가한다. 해외 시장 판로 개척과 협업 네크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최시돈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장은 “KPCA쇼 2025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PCB·패키징 산업 을 적극 육성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PCB와 반도체 패키징 산업의 세계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