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AI 혁신, 생산성의 패러독스를 넘어 '모두의 AI'로

2025-09-02

올해 여름은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와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른 폭염과 함께 무더운 여름이 시작돼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에서의 혁신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전개되며, 우리가 잠시 멈추는 순간조차 곧 뒤쳐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 새롭게 나오는 다양한 AI 모델의 폭발적인 성장은 전례 없는 기술 혁신의 속도를 보여주며, 무더운 여름처럼 뜨거워지며 마치 멈출 줄 모르는 시간의 질주처럼 세계를 휘감고 있다.

◇AI 생산성의 패러독스와 과도한 기대

최근 AI는 더 이상 연구실의 담론이 아니라, 산업과 일상 곳곳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5월 열린 한국IT서비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도 '세상밖으로 나온 AI'라는 주제를 통해 국내 주요 기업과 기관들이 참여하여 '피지컬 AI'의 미래를 논의했다. 특히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가 본격적으로 물리적 환경에 적용되는 한 해로, 단순한 가능성의 차원을 넘어 실제 효용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AI 생산성 패러독스라 불릴 만한 현상도 관찰된다. 최근 MIT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생성형 AI 프로젝트에 투자한 금액은 약 43조~57조원에 달하지만, 95%의 기업들은 아직 가시적인 비즈니스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고 답했다. 일부 개인의 업무 효율성 향상에는 기여하고 있으나, 기업 차원의 성과로 이어지는 데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1980~1990년대 정보기술(IT) 도입기에 로버트 솔로 교수가 지적한 “컴퓨터는 어디에나 보이지만 생산성 통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IT 생산성 패러독스 학설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최근 'AI 거품론'을 언급하며 2000년도에 경험했던 닷컴 버블 시대와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또한 AI의 과도한 기대와 실제 산업혁신과는 괴리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필자는 AI를 단순한 단기 과열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AI는 장기적으로 국가와 기업의 생산성 혁신을 견인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다만 그 효과를 단기적 수익성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 구조 혁신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AI는 기업의 전략적 체질 개선과 산업 생태계의 재편을 이끌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변곡점인 것이다.

◇모두의 AI, 국가 경쟁력의 열쇠는 초연결지능도시 구현에서 시작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35.3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며, AI와 기초연구 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 확보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시장에서 구현하고 빠르게 확산시킬 실행 환경 조성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100조원 규모의 공공민간 정책자금을 투입해 산업계와 연계된 AI 생태계를 조성하고, 신산업 창출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AI 대전환 15대 선도과제를 통해 경제·사회 전반의 변화를 선도하고, '모두의 AI' 사회 실현을 국가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로봇·자동차 중심의 피지컬 AI 분야에서 세계 1등 국가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AX 실증밸리 조성과 AI 모빌리티 국가 시범도시 선정 등을 통해 혁신의 시험무대(Testbed)와 확산 거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려 한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AI 3대 강국의 길은, 일부 기업이나 전문가만의 혁신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AI 기반 서비스와 도시 혁신성을 체감할 수 있는 '초연결 지능도시(Hyper-connected Intelligent City)' 구현에서 시작되는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AI 서비스의 초연결성과 함께 우리는 또 다른 사용자 경험을 통해 다양한 경제·사회 분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민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AI확산 전략이 무엇보다도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결국 '모두의 AI'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개인의 생산성과 기업의 수익성을 넘어 우리가 살고 숨쉬는 도시공간에서부터 시작되는 국가 전체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AI 실증혁신단지, 도시혁신의 시험무대이자 글로벌 확산의 거점

오늘날 국가와 도시 경쟁력의 핵심은 더 이상 인프라의 크기나 물리적 확장에 있지 않다. AI를 비롯한 첨단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시 공간에 실증하고, 이를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을 창출하는가가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 실증혁신지구(Testbed for AI Cities)의 역할이 주목받는다. 특히 실증 가능한 규제 환경조성과 공공데이터 개방과 활용은 AI 관련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핵심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이들 도시는 시장 수요를 먼저 만들고, 그 기반 위에 다양한 체감형 피지컬 AI서비스를 설계함으로써 실증혁신지구의 운영 효율성과 효과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쉽게 말해, 혁신적인 요리를 만들어 내는 재료와 조리법을 알고 있는 요리사가 아무리 많아도, 그 음식을 필요로 하는 식당 고객이 없다면 장사는 성립되지 않는다. AI 정책도 마찬가지다. AI서비스와 기술개발이라는 요리에 앞서, 시장이라는 식당이 열려야 하며 고객을 먼저 알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맞추는 전략적 선택이 중요한 시기다.

AI 실증혁신지구는 신기술과 서비스를 단순히 연구실에서 개발하는 것을 넘어, 실제 도시 공간에서 실험하고 검증하는 현장형 시험무대다. 이를 통해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조기에 발견하고, 성공 사례는 다른 도시 지역으로 확산시켜 혁신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실험실'로 전환해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스마트시티 인덱스 보고서(영국 캠브리지대 IfM Engage·연세대 DTTM 공동 연구)는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 도시들은 AI를 포함한 첨단기술들을 적극 도입해 도시공간 속 테스트베드로 운영하는 동시에, 중소벤처 및 스타트업 기업들이 주도하는 산업단지 클러스터를 조성·운영하고 있다. 조사 대상 50개 도시 중 절반 이상(53%)은 '실증형 지구(28%)' 또는 '기업 클러스터와 실증공간이 결합된 형태(25%)'로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실증혁신지구가 단순히 기술 검증에 그치지 않고, 민·관·산·학·연·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리빙랩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민이 주체적으로 생활공간을 실험실처럼 활용하며 체감형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기술은 사람과 연결되었을 때 새로운 도시혁신성을 보유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이들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몇 가지 성장 특성을 공유한다. △지속가능한 운영 주체 확보 △시민참여 기반 서비스 개선 △실시간 AI데이터 활용을 통한 정책·산업 연계 △국제 협력 기반의 글로벌 테스트베드 성장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지속 가능하며 선순환적 지역혁신 플랫폼 모델을 만드는 토대가 되고 있다.

결국 AI 실증혁신단지는 기술을 시험하는 무대(Testbed)이자, 혁신 생태계를 확산하는 거점, 그리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도시혁신의 장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앞으로의 도시는 누가 더 많은 건물을 세우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효과적으로 시민과 함께 새로운 기술을 검증하고 확산시키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다. AI 실증혁신단지는 바로 그 답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험대이며, 동시에 미래 도시를 준비하는 전략적 투자처라 할 수 있다. 또, 국가적 차원의 성장 동력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한 미래 산업 생태계를 가속화하는 전략적 거점이 돼야 한다.

◇데이터에서 AI로 모네타이제이션의 전환 가속화

AI 실증혁신단지에서 개발한 다양한 피지컬 AI 모델과 서비스를 실제 도시공간에 적용해 아이디어 단계에서 기술개발, 시장검증, 상용화로 이어지는 주기 과정을 단축시켜 AI수익화 속도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학습데이터를 포함한 질 높은 데이터 발굴과 활용이 중요하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핵심은 AI기술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신속하게 시장에 적용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느냐는 실행 역량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한 법제도 검토가 초기 서비스설계 단계부터 고려되어 실증하는 맞춤형 규제 샌드박스 제도도 필요해 보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데이터가 '21세기의 석유'라 불리며 산업과 사회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왔다면 이제 그 중심축은 AI의 슈퍼사이클로 이미 옮겨가고 있다. 기업들은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이터 모네타이제이션(Data Monetization)' 즉 수익화에 주력해왔지만, 오늘날에는 AI 자체가 직접 수익을 만들어내는 'AI 모네타이제이션(AI Monetization)'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며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전틱 AI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성장플랫폼 구축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자주적(소버린) '에이전틱 AI 마켓플레이스(Agent Marketplace)'의 부상이다. 이는 앞서 설명한 민관산학연 중심의 혁신생태계에서 개발한 AI 에이전트가 단일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고, 개방형 플랫폼 위에서 서로 연결되고 거래되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은 고객 응대를 위한 대화형 에이전트를 제공하고, 다른 기업은 물류·재무·헬스케어에 특화된 에이전트를 개발해 동일한 마켓플레이스에서 교환·융합될 수있는 더 나아가 새로운 서비스로 연결되는 가치사슬이 형성된다. 이는 기존의 애플리케이션 마켓이 소프트웨어(SW)를 통해 누구나 쉽게 접근하는 사용자 혁신(User Innovation)을 확산시켰듯,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시장을 매개로 직접 가치와 수익을 창출하는 구도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는 AWS와 세일즈포스(Salesforce) 등 글로벌 테크기업 등 민간기업 중심으로 형성해 나가고 있지만, 피지컬 AI에서는 물리적 공간을 고려한 다양한 서비스 에이전트들을 고려한 독자적인 소버린 모델 구축이 국내민간기업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에이전틱 AI마켓플레이스는 모네타이제이션의 핵심 인프라로, 다양한 산업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기업 간 협업과 경쟁을 동시에 촉진하는 새로운 성장 플랫폼이 될 것이다.

결국 데이터 모네타이제이션에서 AI 모네타이제이션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기술의 진화를 넘어 개인의 생산성, 기업의 수익성,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AI를 단순히 새로운 도구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이끄는 핵심 엔진으로 자리매김시켜야 하며, 그 속도를 앞당기는 국가적·산업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선제적 피지컬 AI로 기술혁신의 슈퍼사이클에 동참해야 할때

스탠퍼드 인간중심 인공지능연구소(Stanford HAI)가 발간한 2025년 AI 인덱스 보고서(Stanford AI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AI 관련 특허 출원 수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기록하며 기술개발 측면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술적 성과가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나 제품으로 연결되는 사례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다시 말해, 선제적인 기술발굴을 넘어, 이를 글로벌 시장에 통용될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시키는 '동적 역량(Dynamic Capability)'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역량 없이는 AI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려우며, 기술-시장 간의 단절이 반복될 수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이미 AI 패권 경쟁을 가속화하며, 각종 지배적 디자인과 실질적 사용사례(Use Cases)를 선도하고 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시장 영향력은 물론 산업 생태계의 주도권까지 빠르게 장악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AI의 기술 궤적(Technology Trajectory)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20년대 초, 생성형 AI의 급성장을 시작으로 현재는 멀티모달 에이전트 AI가 등장해 산업 전반에 도입되고 있으며, 이는 자율적 목표 설정, 환경 인식, 판단과 실행까지 가능한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추론 능력을 갖춘 에이전트형 AI가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로 확장되며, 인간 노동과 생산성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실질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30~50년에 걸친 중장기 슈퍼사이클 속에서, 한국은 기술 패권의 변두리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주도권을 확보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전략적 기로에 서 있다. 단순한 기술 보유만으로는 부족하며, 피지컬 AI가 실질적으로 적용될 산업과 서비스 영역을 전략적으로 설정하고, 가치 중심의 AI 활용모델과 시장 창출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jhoonlee@yonsei.ac.kr

〈필자〉이정훈 교수는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이자 DT기술경영 센터장으로 현재 한국 IT서비스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다. 서울시 디지털명예시장·스마트도시위원회 위원장·위원, 국가 스마트도시위원회 위원, 기술경영경제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소속 데이터 개방·활용 전문위 위원, 국가데이터 정책위원회 생산·공유 분과위원회에서 실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UN HABITAT에서 주도하고 있는 '사람중심의 스마트도시 구현을 위한 국제가이드라인'의 전문가 그룹 한국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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