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21년 11월 여성가족부 기관 운영 경비 등을 ‘징벌적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과 202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기관인 해바라기센터 운영을 두고 질의응답이 오간 직후다. 정 전 장관은 최근 “(강 후보자가) 지역에 해바라기센터를 설치해달라는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자 예산 삭감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22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심사자료-2022년도 여성가족부 소관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을 보면, 강 후보자는 2021년 11월 여가부에 “(여가부) 장관정책보좌관의 원활한 국회 관련 업무 수행 및 정책 조정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30% 징벌적 삭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 후보자는 또 “(여가부) 기획조정실의 원활한 국회 관련 업무 수행 및 정책조정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기획조정실 기본경비 예산 30%의 징벌적 삭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후보자는 기관운영 기본경비 2억5100만원 감액, 기획조정 경비 1억2100만원 등을 삭감해야 한다고 했고, 여가부는 이에 ‘수용 곤란’ 입장을 밝혔다.
강 후보자가 여가부 예산 삭감을 시도한 사실은 정 전 장관이 강 후보자의 ‘의원 갑질’을 주장하며 공개한 대목과 겹친다. 정 전 장관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강 후보자가 지역구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자 여가부 예산 삭감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가 당시 본인의 지역구에 해바라기센터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센터 설치에 필요한 산부인과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해당 지역 이대서울병원의 이대 총장에게 문의했지만 ‘다음 기회에 꼭 협조하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그 내용을 강 의원에게 전달하니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했다”며 “결국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 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했다.
당시 여가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정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식 기록(예산소위 자료)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는데, (강 후보자가 2021년) 여가부의 예산 삭감을 시도했던 일이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해바라기센터 건립을 두고 강 후보자와 정 전 장관 사이 대화가 오간 사실은 2021년 국정감사 회의록에서도 확인된다.
2021년 10월2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강 후보자는 “장관님, 서울 서부권 지역에 오랫동안 해바라기센터가 없었다”라며 “저희 지역구에 있는 이대서울병원에 해바라기센터를 설치하기 위해 몇 차례 간담회 하면서 소통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정 전 장관이 “해바라기센터 숫자가 변경은 있지만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답변하자 강 후보자는 “장관님! 장관님! 그게 유지가 되고 있는 겁니까. 줄었습니까, 안 줄었습니까”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 측에 ‘여가부에 해바라기센터 건립과 관련해 민원을 넣었는지’, ‘징벌적 삭감을 주장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