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냉각 설비 개선 없이 설계해수온도 상향 안 하겠다” 원안위에 보고

2025-08-14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앞으로 원전의 설계해수온도를 상향하기에 앞서 설비 개선을 통해 원전 냉각 성능을 높이기로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종합대책을 요구한지 3년 만에 구체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냉각수로 쓰이는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10년 내 8기의 원전이 멈춰서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경향신문 7월30일자 1면)에 대한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한수원은 14일 제218회 원안위에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 관련 대응 현황 및 향후 계획’을 정식 보고했다. 한수원은 지금까지 냉각설비는 그대로 유지한 채 안전성에 영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설계해수온도의 여유분 안에서 상향해 왔으나, 앞으로는 설비 개선을 통해 냉각 성능을 올린 후 설계해수온도를 상향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2022년 7월 제161회 원안위에서 마지막으로 새울 1·2호기(당시 신고리 3·4호기)의 설계해수온도 상향을 허가하면서 한수원에 ‘기후변화 및 지구 온난화 등에 대비한 설비개선 등 상세한 종합대책을 추후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3년이 지난 14일에야 관련 대책이 정식 보고됐다. 당시 한수원이 설비개선 등의 노력 없이 온도 상향만으로 안전 기준을 바꾼 것에 비판이 나왔다. 원안위는 “그간 지속해서 한수원의 대책 마련 상황을 점검하고 보완을 요구해 왔다”고 했다.

설계해수온도란 원전 설비가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바닷물의 최고온도를 말한다. 국내 원전 대부분은 바닷물을 끌어와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는 냉각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해수온도에 상한선을 두고 있다. 설계해수온도는 원전마다 다르다. 신한울 1·2호기는 31.0도로 가장 낮고, 고리2호기가 36.1도로 가장 높다. 해수온이 이 온도를 초과하면 원전을 수 시간 내 멈춰야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해수온이 급상승하면서 여름철 원전 운영에 비상등이 커졌다. 10년 내 폭염기에 가동을 멈춰야 할 국내 원전이 8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신월성 1·2호기는 5년 뒤인 2030년, 한빛 3·4호기는 2031년, 한빛 1·2·5·6호기는 2034년에 설계해수온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설계해수온도가 31.5도인 신월성 1·2호기의 경우 지난해 인근 해수온이 30.57~31도까지 치솟으면서 설계해수온도까지의 여유가 각각 0.5도, 0.93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수원은 이날 가장 빠르게 설계해수온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신월성 1·2호기의 경우 열교환기 증판을 통해 냉각 성능을 개선했으며, 이달 내 설계해수온도를 1.37도 상향하는 운영변경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보고했다. 10년 안에 설계해수온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는 한빛 1~6호기의 경우도 2029년까지 열교환기 설비개선을 추진한 후 설계해수온도 상향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원전별 설계해수온도 도달 예상 시점을 매년 평가하고, 해수온도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도 나서기로 했다. 전담팀을 구성해 해수온도 상승 단계별로 설비 점검, 온도 제어 조치, 안전 정지까지의 구체적인 절차서를 마련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최원호 원안위 위원장은 “가속화한 지구온난화에 대비해 조속히 설비 개선을 추진하고, 높은 해수온도가 관측될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한수원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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