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와 교외 지역에서 돼지머리가 연달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일부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이름이 낙서돼 있었다.
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파리와 파리 인근 지역의 모스크 앞에서 돼지머리가 총 9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중 5개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현지 경찰은 전했다.
당국은 이번 공격의 배후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프랑스 내에 팽배해진 반이슬람 정서로 인한 혐오 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600만 명 이상의 무슬림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돼지고기 섭취는 금기다.
파리 모스크 인근에서 돼지 머리를 발견한 한 시민은 "이런 일을 보는 것은 참담하고 실망스럽다"며 "그들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면, 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브뤼노 르타이요 내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우리 무슬림 동포들이 평화롭게 신앙을 실천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정치적, 경제적 위기에 처한 프랑스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외부 세력의 선동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있다. 로랑 뉘네즈 파리 경찰청장은 "과거 비슷한 사건들은 종종 외국 간섭 행위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그는 더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프랑스 정부는 과거 러시아가 프랑스의 사회 불화를 조장하려 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는 지난 5월 시나고그(유대교 회당)과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녹색 페인트로 훼손된 후 ‘외국 세력’과 연관된 혐의로 세르비아인 3명이 체포된 사건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인권위원회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인종차별이 증가하고 있다. 내무부가 기록한 반무슬림 행위는 2025년 1월부터 6월 사이 181건으로, 2024년 같은 기간 대비 81% 증가했다. 지난 6월에는 튀니지 출신 이발사가 이웃의 총에 맞아 사망했으며 4월에는 한 이슬람 혐오자가 이슬람을 모독하는 행위를 영상으로 촬영하면서 모스크에서 이슬람교도를 찔러 죽이는 사건도 발생했다.
한편 프랑스는 최근 극심한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위해 강력한 긴축 재정을 추진하던 프랑수아 바이루 정부가 8일 의회의 불신임으로 사퇴했다. 이는 9개월 만의 정부 해산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 중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야권으로부터 사임·탄핵 압박까지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