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없는 예술가’로 불리는 영국 작가 뱅크시의 새로운 벽화가 영국 런던의 법원 외벽에 모습을 드러냈다.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영국 당국이 판사가 무장하지 않은 시위자를 판사봉으로 폭행하려는 장면을 그린 벽화를 곧 철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벽화에는 땅에 쓰러진 시위자가 피가 튄 피켓을 들고 있고, 전통 가발과 검은 법복을 입은 판사가 시위자를 판사봉으로 내리치는 모습이 담겼다.
뱅크시는 인스타그램에 벽화 사진을 올려 본인 작품임을 알렸고 ‘영국 런던 왕립법원’이라고 적었다.
법원 측은 이 벽화를 검은 비닐과 금속 차단막 두 개로 가렸으며 보안 요원 2명과 감시 카메라를 배치해 경비를 강화했다.
영국 법원 행정을 담당하는 법원·심판원 서비스(HMCTS)는 143년 된 고딕 리바이벌 양식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벽화를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HMCTS는 성명에서 “왕립법원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역사적 건축물로 분류돼 법적 보호를 받는 건물에 해당하며 본래의 건축 성격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벽화는 특정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영국 정부가 친팔레스타인 단체 ‘팔레스타인 행동’을 금지 단체로 지정한 것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단체는 지난 6월 영국 공군 기지에 잠입해 공중급유기 2대에 페인트를 분사해 파손했고, 의회 표결을 거쳐 테러방지법에 따른 금지 단체로 지정됐다. 금지 단체 회원이나 지지자는 최대 징역 14년형에 처할 수 있다.
지난 6일 런던 도심에서는 팔레스타인 행동을 금지 단체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 이 과정에서 약 900명이 체포됐다.
시위 주최 측인 ‘디펜드 아워 주리스’는 이 벽화에 대해 “정부의 금지 조치가 불러온 폭력을 강력하게 묘사한다”며 “법이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쓰이면 저항은 꺾이지 않고 강해진다”고 밝혔다.
뱅크시는 영국 태생이라고만 알려진 얼굴 없는 그라피티 작가다. 1990년대 영국 브리스틀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건물 벽 등에 사회 풍자적인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남겨 주목받았다. 밤중에 소수의 팀과 함께 눈에 띄지 않게 작품을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기 작품임을 인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