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준비 상황’을 점검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이를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맞는 방향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고통스러워도 가야 하고, 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당장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에너지 전환 비용 부담과 한국전력 적자는 미루거나 감출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른 시일 내에 공론화를 거쳐 경제와 민생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단계적 인상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10% 남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지금 추세론 턱도 없는 얘기다. 게다가 올해는 기존보다 높은 수치의 2035년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아직 한국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생산된 재생에너지 가격이 화력이나 원자력보다 비싸다. 문재인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없이 재생에너지 확충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그 부담을 떠안은 한전의 재정난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도 ‘전기요금 현실화’를 내세웠지만 민생 악화와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 재생에너지 비중은 29.2%다. 현실화한 기후위기로 에너지 전환은 전 지구인의 당면 과제가 됐다. 정부는 누진제 확대·강화로 전기 과소비를 막고,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 정책도 당장 시행해야 한다. 부산·충남·인천·경북·강원·전남 등 6개 시도는 전국 발전량의 65.9%를 생산하지만 소비는 35.4%에 그친다. 서울과 경기는 발전량이 15.2%에 불과하지만 소비는 34.6%다. 이로 인해 송전망 운용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수도권과 지방의 전기요금이 같다는 것은 불공정하다.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전기는 (전남) 영광에서 생산하는데 서울과 영광의 전기요금이 같은 것은 앞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은 전기요금을 올리고, 비수도권의 발전소 인근 지역과 산업단지는 낮춰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