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국들이 수소경제 시대를 대비해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의 수소 관련 예산은 2년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대부분이 연구개발(R&D) 분야에 치중돼 있어 수소시대 개막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서울경제신문이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5~2025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소 산업 관련 예산 내역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수소 산업 예산은 총 2610억 8400만 원이었다. 수소 산업 예산은 2023년 3339억 2500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24년 2807억 1900만 원으로 떨어지면서 2년 연속 감소했다. 세입 기준 정부 예산이 624조 7000억 원에서 652조 8000억 원으로 4.5% 늘 때 수소 예산은 21.8% 뒷걸음질 쳤다.
그나마 편성된 예산도 대부분 R&D에 그치는 점도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산업부의 수소 산업 예산 중 기술 개발이나 연구에 지원되는 금액은 1770억 원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예산의 67.7%에 달하는 규모다. 나머지 예산의 상당수도 수소기반 항공기·파워트레인·선박 기술개발을 위한 장비 구매를 지원하거나 기술 평가 기반을 마련하는 등 R&D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업들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래 산업에 대한 R&D에 투자하는 것은 기본”이라면서도 “민간 홀로 투자하기 힘든 수소 생산·수송·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부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8년간 581억 6800만 원을 들여 수소환원제철공정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했지만 정작 후속 실증과 설비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은 편성하지 않았다. 그린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수전해 설비 역시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56억 원을 들여 핵심 부품 개발을 지원한 것을 제외하면 예산을 전혀 투입하지 않았다. 정부는 “산업 전반에서 직접 보조금은 줄어드는 추세”라며 직접 재정 투입보다 세제 혜택을 중심으로 민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소 충전소나 수소환원제철 시설은 조세제한특례법상 신성장·사업화 시설로 지정돼 있어 최대 12%의 통합투자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