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 피해 구제 '3각 트랙' 가동 "대규모 보상 제대로 이뤄질까"

2025-05-26

[비즈한국]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후 가입자들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을 통한 분쟁조정절차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사측 과실의 인과관계와 가입자 피해 등 입증 부담이 상당한 만큼 실제 보상까지는 복잡한 법적 다툼이 뒤따를 것이라는 평가다. 신속성을 강조한 분쟁조정 방식이 차선책으로 거론되지만 당사자 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제도 특성상 법적 강제성이 없고 상대적으로 보상 규모가 적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20만 명 육박’ 11개 로펌 집단소송 모집 중

SK텔레콤 가입자들의 집단소송 참여는 갈수록 확대되는 분위기다. 법조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 참여자를 공식 모집하고 있는 로펌은 10곳 이상이다. 지난달 28일 해킹 사태 열흘 만에 스타트를 끊은 법무법인 로집사부터 문의 인원이 가장 많은 법무법인 대건(14만 명), 법무법인 대륜(1만), 가나다, 더 에이치, 샤, 거북이, 로고스 등이다. 법률사무소 로피드(1만), 노바, 화음 등도 단체소송을 준비 중이다.

무료 소송을 진행하는 대건은 지난달 29일부터 14만 여명의 소송 참여자를 모았다. 대건은 착수금 없이 진행하는 소송 방식을 두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다수의 피해자들이 부담 없이 권리 회복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륜은 유영상 대표 등 SK텔레콤을 상대로 첫 형사고발에 나선 데 이어 이번 주 이용자 1000여 명을 대리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서류 취합이 완료된 인원을 대상으로 1차 소장을 접수한 뒤 2차 모집은 지속한다. 민사 1심 착수금은 11만 원, 형사는 33만 원이다.

대륜은 지난 1일 유 대표와 보안 책임자를 업무상 배임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국인 대륜 대표는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법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텔레콤은 지금까지도 피해 규모나 경위에 대해 충분히 밝히지 않고 있다”며 “장기간 해킹에 노출된 정황이 있고 유심 교체를 위해 생업을 제쳐두고 대리점을 방문해야 하는 등의 현실적인 불편도 나타났다”고 했다.

로집사는 가입자 3명이 지난달 말 제기한 단체소송의 대리를 맡았다. 추가 모집을 통해 소송 참여자를 모은다는 계획이다. 이정엽 로집사 대표변호사는 “(정보 유출을) 잠재적 위험으로 보더라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문제”라며 “더 이상 최상단의 정보는 없지 않나. 이번에 유야무야 넘어가면 타 통신사 등 다른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보안 문제를 제재할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집단소송을 추진하는 로펌 대부분이 소송 참여 금액을 1만~3만 원으로 책정했다. 성과 보수는 별도 10% 수준이다. 예상 배상금액은 각 법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대 100만 원 선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한 법무법인은 “상대방 대응 등 실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다르나 위자료로 최소 20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 정도를 예상한다”며 “소송 제기 시 30만~50만 원으로 시작해 진행 과정에서 구체적 사실관계의 확정 및 증거 현출에 따라 청구금액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소비자원 분쟁 조정 본격화

26일 기준 SK텔레콤 집단소송 네이버 카페 가입자는 9만 1000명을 넘어섰다. 해킹이 3년 전 시작됐다는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결과 드러나고 SK텔레콤의 전반적인 보안 시스템 부실이 지적되면서 가입자들의 보상 요구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서버에서 사실상 전 가입자의 유심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SK텔레콤과 SK텔레콤 계열 알뜰폰의 모든 가입자가 유출 피해자라는 추정이 현실화되고 있다.

행정기관을 통한 피해 구제를 고려하는 이용자도 늘고 있다. 법무법인 이공은 13일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피해자 100명을 대리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사건 관련 첫 분쟁조정 사례다. 개인정보 분재조정제도는 개인정보 관련 분쟁을 소송 외적으로 신속하게 조정하는 것이 목표다. 준사법적 심의기구인 분쟁조정위가 담당한다.

개인의 참여도 두드러진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21일까지 SK텔레콤 해킹 관련 분쟁 조정 신청 자 수는 338명이었다. 이공의 집단분쟁조정 외에도 개인 238명이 총 276건을 신청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집단분쟁조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송의 대안으로서 개인정보 침해를 당한 사람의 피해를 신속하고 원만하게 구제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다.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피해는 파급속도가 빠르고 원상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신속한 구제의 필요성이 강조되는데, 판결까지 최소 2~3년 이상이 예상되는 소송보다 빠른 결론이 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집단분쟁조정을 신청받은 분쟁조정위는 홈페이지 등에 절차의 개시를 공고하고, 그 공고가 종료된 다음 날부터 60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 법무법인 이공은 “이번 SKT 해킹 피해자들 중 집단분쟁조정을 통한 권리구제 해결에 동의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1차 집단분쟁조정신청을 신속히 접수했으며 향후 추가 접수 또는 참가신청을 예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을 통한 집단분쟁조정 결과도 주목된다. 해당 집단분쟁조정 건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사건에서 조정을 성사시킨 이철우 변호사가 맡았다. 당시 소비자원이 이용자 80만 명 대상 총 219억 원 상당의 보상안을 넥슨에 권고했고 회사가 이를 수용하면서 구제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번 조정 신청에는 정보 유출 피해에 따른 1인당 30만 원 배상, 타 통신사 이동 시 위약금 면제 등이 요구사항으로 담겼다.

사업자가 조정안을 수용하면 소송과 달리 조정신청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당사자들에게도 동일한 구제가 이뤄지지만 비교적 적은 보상 규모 등은 이용자 측에서 불리한 지점이다. 법적 강제성이 없어 회사가 거부하면 조정이 결렬되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법무법인 이공은 “만일 SKT에서 향후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의 집단분쟁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거나 집단분쟁조정안의 손해배상 규모가 적은 경우,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개인정보 침해 피해에 대한 합리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대응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철우 변호사는 “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의 경우 1인당 보상액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성립 시 SK텔레콤 전체 이용자에게 보상이 이뤄진다. 착수금과 성공보수 없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상안을 마련하는 취지”라면서 “조정 불성립 시 소비자원은 예산으로 조정 신청자들에게 소송 진행을 지원할 수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위가 더 큰 단위 기관이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조정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