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쏜 ‘공짜야근’ 문제...여전히 만연한 포괄임금 악용, 해법은?

2025-05-28

“연봉계약서에 명시된 추가 30시간보다 더 일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데 추가 야근에 대한 (임금) 지급을 하지 않음. 사실상 공짜 야근임.”

“평일 연장근무에 대한 수당 미지급. 일 많은 친구는 새벽까지 하는 경우 허다함. 주말수당도 통상임금으로 계산해야 하나 고정OT(초과근로수당) 시급이 정해져 있음.”

고용노동부의 포괄임금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된 ‘포괄임금 남용’ 사례다. 두 사업장 모두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 사례에선 약 1억원 규모의 연장근로수당이 체불됐다. 두 번째 사례에선 총 77명에게 연장근로 위반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체불 임금은 약 8800만원에 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포괄임금 법적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공짜 야근’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2016년 밤샘 근무 중이던 게임 개발자의 사망을 계기로 포괄임금제의 문제점이 공론화된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했지만 마무리 짓지 못 했다. 제도적 공백이 여전한 가운데 현장에선 여전히 포괄임금제가 악용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8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2023년 2월부터 운영 중인 익명 신고센터에 접수된 포괄임금과 고정OT 남용 의심 신고 건수는 2023년 695건, 2024년에는 241건에 달했다. 이 중 절반 가까운 2023년 388건, 2024년 89건이 실제 남용 의심 사례로 분류돼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근로감독 결과 2023년 약 9321명 근로자에 대한 위반과 총 57억원의 임금체불, 2024년 2884명에 대한 위반과 11억원 규모의 임금체불이 적발됐다.

박홍배 의원실 측은 “신고된 사례만으로도 이 정도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포괄임금 남용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포괄임금제는 법에 명시된 제도는 아니지만,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임금 지급 방식이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초과근로수당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현실에선 이를 악용해 추가 수당 없이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포괄임금제 폐해가 가장 심각한 업종은 게임업계다. 이 제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도 게임 개발 일정 마감 전 장시간 근무를 강요하는 '크런치 모드’에서 비롯됐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대형 게임사에선 포괄임금제가 폐지됐지만, 중소기업이나 넥슨 자회사 ‘민트로켓’에선 변형된 형태로 여전히 운영돼 노동자 부담이 크다”며 “야근수당 지급을 위한 출퇴근 기록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게임업계 종사자의 69.9%가 포괄임금제 적용을 받았고, 50인 미만 중소 게임사의 적용률은 90%를 넘었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처럼 ‘포괄임금제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은 이미 국회에 다수 발의돼 있다. 대표적으로 박홍배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포괄임금 계약을 금지하고, 실제 근로 일수와 시간을 임금대장에 반드시 기록해 이를 기준으로 임금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포괄임금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과 박해철 의원도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포괄임금제의 현장 남용을 방지할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전면 폐지가 최선의 해법인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권혁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을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관리하면 오히려 근로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고 불필요한 근태관리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관례적으로 허용되는 담배 타임이나 자의적 휴식 시간, 커피 타임까지 단속 대상이 되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전면 폐지 보다는 포괄임금제는 법적 근거가 없어 오·남용에 취약한 구조인 만큼 제도의 유효 요건과 적용 대상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고, 적용 시에는 노조와의 합의 등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줄이는 입법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근로시간 기록이 어렵지 않은 사업장에서는 보다 엄격한 근로시간 기록 의무를 부여하되, 불가능한 사업장에 한해 아주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허용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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