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콜마그룹의 가족 내 갈등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존의 오누이 간 대립이 이제는 부자(父子)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은 여동생 윤여원 대표가 이끄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사내이사로 선임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법원에 신청해 승인을 받았고, 이에 맞서 윤동한 회장은 아들에게 증여한 주식 반환 소송과 함께 한국콜마홀딩스의 임시주총 소집을 신청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업계는 이번 경영권 분쟁의 향방에 따라 한국콜마그룹의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회장, 콜마BNH 사내이사 오를 시 바이오 중심 재편 전망= 윤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기 위한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은 오는 9월 26일 이전에 열릴 예정이다.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6월 25일 윤 부회장이 신청한 임시주총 개최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번 주총이 열리면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의 사내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한국콜마홀딩스 최대주주(지분 30.25%)이며, 홀딩스는 콜마BNH 지분 44%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선임은 확정적이라는 평가다.
윤 부회장은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과 함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고, 안건이 통과될 경우 이사회는 윤 부회장 측 5명, 윤여원 대표 측 3명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사외이사 2명 모두 콜마홀딩스의 추천으로 구성됐고, 기타비상무이사 김현준 H서던캐피탈그룹 대표는 윤 부회장의 경영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를 장악하게 될 경우, 그룹 지배구조는 바이오 사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콜마홀딩스 측은 임시주총 개최를 두고 고부가가치 생명과학 중심 사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밝힌 바 있으며, 윤 부회장 또한 회의에서 "콜마BNH 매각 후 그룹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를 매각하고, HK이노엔을 한국콜마에서 떼어내 콜마홀딩스 직속으로 재편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를 통해 지주사 중심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한국콜마는 HK이노엔 지분 43.01%를 보유 중이며, 이노엔은 의약품 ODM 전문 기업이다.
또한,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인 달튼의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달튼은 2024년 10월 콜마홀딩스 주식 5.02%를 확보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고,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업계에서는 윤 부회장과 달튼이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지배구조 개선 및 콜마BNH 경영 쇄신을 도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윤 부회장은 달튼의 주주제안을 수용해 임성윤 달튼코리아 공동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으며, 콜마BNH 측은 윤 부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추천된 이승화 전 부사장이 M&A 및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점을 들어, 이들이 외부 투자자와 손잡은 '삼각 동맹' 형태로 콜마비앤에이치를 매각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식반환소송 윤 회장 승리 시 계열 분리 가능성도= 이번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윤동한 회장이 제기한 '주식증여 반환청구 소송' 결과에 달려 있다. 윤 회장은 2019년 장남 윤상현 부회장에게 무상증자로 460만주에 달하는 한국콜마홀딩스 주식을 증여했는데, 이는 일정한 경영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었으며, 이를 어겼으므로 주식을 반환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회장은 2018년 가족 간 경영 합의를 통해, 화장품·제약 부문은 장남에게,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장녀 윤여원 대표에게 각각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는 당시 관련 회사 대표와 감사 등 경영진 7명이 공동 서명한 공식 문서라는 점도 강조했다.
윤 회장이 이 소송에서 승소하면 경영권이 다시 윤 회장 측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고, 이를 계기로 콜마홀딩스와 콜마BNH의 계열 분리 시나리오도 현실화될 수 있다. 윤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승소 시 지배구조를 재정비하고, 지분을 공공 자산처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럴 경우, 콜마비앤에이치는 윤여원 대표가 완전한 지배권을 갖고 운영하게 되며, 콜마홀딩스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윤 회장이 가족 간 정과 장남 중심의 전통을 중시하는 점을 들어, 윤 부회장에게 일정 지분을 남기되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게 하는 '절충안'도 고려 중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