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53~61%’로 결정됐다. 유엔이 정한 제출 권고 기한을 훌쩍 넘겨 내놓은 숫자다. 하한선인 53%가 2035 NDC 달성 여부를 가를 기준이 됐다. 기후위기 대응에는 부족한 수치라는 평가가 많지만 ‘50%대’ 적정성 논쟁은 잠시 접어두자.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기대는 목표치 상향에만 있지 않았다. 목표를 정하는 ‘과정’에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2030 NDC(2018년 대비 40% 감축)를 ‘톱다운 방식’으로 결정했던 것과 달리, 이재명 정부는 공개 토론을 통해 다양한 기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9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8%, 53%, 61%, 65% 등 4개 감축안을 공론장에 내놓고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했다. 기후부는 지난 6일 2가지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산업계, 국제사회,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제안된 복수의 감축 목표 수준을 놓고 분야별로 폭넓은 의견수렴을 진행해 사회적 수용도를 높였다”고 자평했다.
네 가지 감축안을 놓고 6차례 토론을 거쳤으니 겉보기에는 사회적 수용도가 전보다 높아진 듯하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을 들여다보면, 외형만 갖췄을 뿐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토론회는 부문별 전문가들이 각자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 미래세대·여성·지역·청년·노동자·농민·장애인 등 기후 당사자들과 기후 취약계층의 목소리는 배제됐다.
공론화 절차도 매끄럽지 않았다. 당초 기후부는 9월19일 첫 토론회를 시작으로 10월2일까지 여섯 차례 토론회를 진행한 뒤, 10월14일 최종안을 발표하는 공청회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토론회 일정은 여러 차례 연기됐다. 기후부는 “최종 공청회는 최대한 안을 좁혀 대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라며 “정부 내 논의를 더 진행할 필요가 있어 부득이하게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최종 공청회 일정을 거듭 연기하고도 NDC 안은 좁혀지지 않았다. 기후부는 감축 하한선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떠밀리듯 NDC를 공개했다. 시민사회와 산업계는 일제히 반발했다.
결국 2035 NDC ‘마지막’ 정부안은 지난 9일 당정협의회에서 ‘53~61%’로 결정됐다. 지켜도 그만인 상한선을 올려 국제사회의 눈높이를 맞췄을 뿐, 하한선은 여전히 수준 미달인 채로 남았다. 절차적 포용을 내세우면서 시작한 2035 NDC는 당정의 손에서 마무리됐다.
기후부가 주도한 공론화 절차가 ‘명분 만들기용’ 이벤트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이렇게 나온 NDC의 완성도가 높을 리 없다. 감축 범위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이행 계획·수단·비용·예산 등 ‘어떻게’가 빠졌다. 탄소중립 전제 조건인 ‘정의로운 전환’도 보이지 않는다.
시민사회가 친환경 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던 이유는 4대강 재자연화 같은 공약을 지키지 못해서가 아니다. ‘시도는 했다’는 명분만 남기고 시간을 허투루 보냈기 때문이다. 2025년 대한민국 국민은 무능보다 위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정부를 거치면서 얻은 학습효과다. 더 이상 불필요한 복습은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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