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거짓말

2025-05-21

지난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적인 비상계엄선포로 인해 온 국민이 엄청난 고통을 겪으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중이고,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인간은 거짓말을 하는 유일한 동물이고 하루에 수십 번 거짓말을 한다는 말도 있듯이, 어쩌면 우리는 거짓말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거짓말의 홍수 속에서도 사람들은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가고 있으며 적당한 거짓말은 때로 인간관계에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이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의 생사를 가르기도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법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거짓말을 처벌하려고 하게 되면 사회가 마비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처벌하는 것이 현실이다.

거짓말을 처벌하는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형법상의 위증죄와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가 있다. 위증죄에 대한 처벌은 전 세계의 법이 보편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는 나라마다 많이 다르고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처벌규정이 거의 없다. 왜 그럴까? 헌법상 표현의 자유, 유권자의 선택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선거는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성장과정, 경력, 종교, 신념, 가치와 비전, 공약 등 다양한 요소들을 비교하고 분석해서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이고, 적합한 후보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제시된 자료뿐만이 아니라 후보자 본인이 직접 말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

후보자로서는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선거공보물 작성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자료를 제출하고 연설, 인터뷰, 토론 등의 방법으로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공표한 여러 가지 정보와 말에 대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을 거친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거짓말에 속아서 선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후보자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선택하기도 한다.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과연 후보자의 거짓말이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다.

지난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는 많은 거짓말을 한다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2위 후보와 지지율 차이 22.6%, 득표수 차이 531만 표라는 역대 최고의 압도적 차이로 승리했다. 당시 대표적인 거짓말은 이명박 후보가 다스의 실제 소유자라는 의혹에 대해 “이거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거 아시죠?”라는 반박이었다. 선거가 끝난 후 이명박 당선인은 검사와 설렁탕 식사를 하며 간단한 조사를 마친 다음 불기소처분을 받았고, 퇴임 후에야 다스의 실소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서 처벌을 받았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는 크게 4가지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 자신의 배우자가 성경 66권을 암송한다, 장모는 10원 한 장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다, 자신의 배우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여한 적도 없고 오히려 손해만 보았다, 자신의 손바닥에 적힌 ‘王’이라는 글씨는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즉석에서 적어주었다는 말이다. 과연 그 말이 사실일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되지 않았다. 특히 선거결과를 보면 지지율 차이가 0.73%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당선무효형이 나와야 정상이었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번 선거에서 모든 후보들이 진실만을 말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크든 작든 거짓말이 섞여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속고, 누군가는 속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건져낼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유권자인 우리 자신과 투표권 없는 아이들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김학수 전북특별자치도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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