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행정부에 여성 참여 늘려야”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국민은 광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2030 여성들이 주체로서 경험한 정치와 연대를 목도했다. 그리고 치러지게 된 6·3 대선. 그러나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 이후 18년 만에 여성 후보가 없는 대선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을 두고 여성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여성계의 우려도 나온다. 이에 ‘광장의 빛’이 꺼지지 않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6.3 대선을 앞두고 현재 정치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번 조기 대선은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이 계기가 되어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럴 때 전북은 차기 정부에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여러 숙원사업들을 제안하고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당장은 그런 현안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각 지역을 다니면서 여러 가지 약속을 하고 있지만, 전북에서는 눈에 띄는 공약을 발표하지 않거나 제2경찰학교나 마사회처럼 타지역과 중복되는 부분들이 있다. 말의 성찬은 있으나 구체적 내용이 없이 자칫 이번 대선 공약에서도 밀리면 다시 부지 하세월이 될 수 있다.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차기 정부 공약에 반영해야 한다는 결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여성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각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여성정책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데.
“지난 2022년 윤석열 전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라는 인식하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세웠다. 반면, 최근 전주를 방문한 이재명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밝혀 대조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후보의 공약의 대부분이 여성안전과 디지털 성범죄 대응, 교제 폭력·살인에 대한 국가 공식 통계 시스템 구축, ‘가스라이팅’과 스토킹 등에 대한 예방 시스템 같은 여성 안전 부분에 치우쳐 있다.
성별 임금 격차 개선도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 가족부 기능 강화’와 같은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여성 가족부가 제대로 기능을 해야 여성 관련 여러 이슈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성평등 정책을 기반으로 여성과 함께 국가를 구성해서 끌고 가겠다는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 그동안 여성계에서 주장해왔던 것처럼 내각과 국회·행정부 같은, 국가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남녀가 대등한 비율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조적 성차별을 없애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내각과 행정부, 국(의)회에서 여성의 참여를 늘리는 일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대선이 끝나면 바로 지방선거가 이어진다. 전북 지역 정치 지형에서 여성의 대표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문화적 방안은?
“전북이 성평등지수에서 하위에 머무는 이유 중 하나가 정치적 대표성 부족이다. 이 문제는 정당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제도가 개선되어야 하고, 개선된 제도를 잘 적용해야 한다. 제도는 있으나 선택적 적용만 해서는 대표성의 문제는 바뀌지 않는다.
그동안 비례대표제, 홀수 순번제, 여성의무 공천제 이런 제도들의 힘으로 여성의원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었고, 그 인적자원의 축적이 이루어져서 이제 여성의장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선거 때 회자되는 것처럼 지역구 여성 30% 의무 공천, 여성 단체장 공천과 같은 제도가 실제로 실행되어야 한다. 정당에서 그런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이미 대통령, 총리, 당대표 등을 배출한 나라이기 때문에 문화적 장벽은 큰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젠더 격차 지표에서 여전히 낮은 전북 여성의 삶의 불균형과 구조적 문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안이 있다면?
“최근 국가성평등지수가 하락했는데 전북은 그중에서도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전북 여성들은 경제활동에 있어서 심각한 격차를 보인다. 여성 고용률은 56.8%,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도 58.4%로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이 뚜렷하다. 단순 고용률뿐 아니라 성별 임금 격차나 일자리의 질 등에서도 타지역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는 전반적인 전북의 산업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여성들이 취업 후에도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와 같은 일·생활 균형을 이어가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현실은 돌봄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고, 육아나 부모 돌봄 문제를 여성에게만 맡기게 된다. 결과적으로 가정 내 성역할 고정관념의 심화라는 측면에서, 전북 여성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사회 참여에 대한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여성에 대한 복지나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여성들의 경제활동과 돌봄의 문제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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