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후보, 1호 공약으로 여가부 폐지 내세워
윤석열정부 실패에도 “첫 법안으로 처리” 자신
이재명 후보는 과거 ‘여성’ 뺀 명칭·개편 제안
김문수 후보 “없애자, 확대하자 아냐” 유보적
지난 대선에 이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이번 21대 대선에서 재등장했다.
거대양당 후보에 맞서 출사표를 낸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자신의 1호 공약으로 정부조직 개편을 내세우며 여가부 폐지를 내건 것이다. 여가부를 폐지하고 관련 업무를 복지부(보건복지부)와 내무부(행정안전부)로 이관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1998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로 출발해 2001년 여성부, 2005년 여성가족부로 개편된 후 여가부는 수차례 존폐 논쟁에 놓였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못 박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며 여가부 폐지를 추진했다.
윤석열정부는 2022년 10월 여가부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여가부의 기능을 조정하고,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축소해나갔다. 지난해 2월 김현숙 장관이 사임한 이후에는 차기 장관을 지명하지 않았다. 이후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여가부의 수장 공백은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떤 식으로든 여가부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 방향을 이준석 후보는 폐지로 잡았다.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당대표 시절부터 여가부의 수명이 다했다며 폐지를 주장해왔다. ‘성별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 범어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부처(여가부)의 존속으로 인해서 이득을 보는 집단은 여성 단체 카르텔밖에 없다”며 여가부 폐지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준석 후보는 여가부 폐지가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공약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윤석열정부가 3년 동안 여가부를 폐지하지 못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취지의 사회자 질문에 “윤 전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집권 초에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정부조직법을 합의 처리해 주는 것이 관례다. 만약 민주당이 막아선다면 그건 협치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저는 첫 법안으로 정부조직법을 올려서 처리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준석 후보는 아예 폐지를 공약했지만, 민주당 이재명 후보나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당선되면 여가부가 어떤 형태로든 존치할 확률이 높다.
민주당은 현재 여가부의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서 명칭에서 ‘여성’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여가부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여가부의 명칭 변경과 기능 조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며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 조정을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여가부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난 14일 경남 사천시에 있는 우주항공청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 관련 입장 질문에 “여성의 권리는 더 향상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여가부를 없애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확대하자는 것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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