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에서 ‘에이스 코스’로 꼽히는 해외 학술 연수의 경쟁률이 국내 연수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부부 증가와 고환율·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해외 연수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시중은행에 비해 한은의 처우와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조직 내에서 ‘중간만 가자’는 문화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한은의 국내 학술 연수에는 18명 정원에 130명이 몰려 7.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반면 국외 학술 연수는 15명을 선발하는 데 59명이 지원해 3.9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한은의 국내 연수 경쟁률은 10년 전인 2015년 5.6대 1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급등했다. 이 기간 해외연수는 3대1 수준의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초임 과장의 평가 점수를 낮추고 고참 과장의 점수를 높이는 관행이 아직 남아 있어 유학 기회가 편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은 내규에 따르면 최근 7년간 근무성적 평균이 동일 직급 상위 70%이내인 직원 중에서 연수자 선정이 이뤄진다. 한 한은 직원은 “고과에 관여하는 팀장의 입김이 중요한데 그의 행내 입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연수 기피 현상은 조직 문화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과거에는 고위급 승진을 위해 해외 박사 학위가 사실상 필수 코스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팀장만 달고 퇴직하자’는 인식이 확산되며 해외 유학 관심이 크게 줄었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중수 총재 시절에는 해외 유학을 적극 독려하는 분위기여서 국외 경쟁이 치열했지만 최근에는 학위 취득 실패 가능성 등 기회비용을 감안해 국내 선호가 뚜렷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