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자라면 누구나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한다. 아이를 성공적으로 잘 키운다는 건 뭘까? 대다수는 명문 대학이나 좋은 직업을 떠올린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전국 성인남녀 4000명에게 물었더니,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26.8%)는 답이 가장 많았다. ‘좋은 직장에 취직’(22.2%),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18.1%), ‘원하는 대학 진학’(7.0%) 보다 아이가 원하는 삶에 더 높은 가치를 뒀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나 자신으로 살지 못했던 부모가 자녀만큼은 원하는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양육자도, 아이도 원하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hello! Parents가 『자기결정성, 나로서 살아가는 힘』을 쓴 김은주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를 찾아갔다.
모든 일을 잘 하려고, 모두에게 사랑 받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한 번뿐인 삶, 어떻게 하면 나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지난달 30일 만난 김은주 교수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열심히 바쁘게 살면서도 헛헛함이 가시질 않는다면 남들에게 휘둘려 살고 있다는 증거다. 그는 “나 자신으로 당당하게 살려면 나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과 관계를 내가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자기결정성’의 핵심 내용이다.

자기결정성이란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돼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힘을 의미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기결정성이 높을수록 공부나 일을 잘하고,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행복과 성공의 비결이 자기결정성에 달려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지난 20년간 대학에서 ‘말하기와 토론’ 수업을 하며 이를 확인했다. 30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자기 소개 스피치를 들으며 가정 불화나 폭력·부상 등의 역경을 딛고 일어선 학생들에겐 ‘나로 살아가는 힘’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자기결정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타고난 세 가지 기본적 욕구가 충족될 때 나로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율성’, 잘 하고 싶고 잘 할 것이라는 ‘유능감’,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소속감을 느끼는 ‘관계성’이다. 세 가지 욕구를 충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나다운 삶을 살도록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에게 구체적 방법을 물었다.
Inrto. 나로 살게 만드는 세 가지 마음
Part1. 자율성: 자유에도 틀이 필요하다
Part2. 유능성: 잘하는 일, 더 잘하게 하라
Part3. 관계성: 나에게 좋은 말을 해라
①자율성: 자유에도 틀이 필요하다
자율성은 스스로 원해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다. 자율성이 충족되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성과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냥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스스로 하려는 힘은 ‘구조(structure)’라는 환경 안에서 가장 잘 발휘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