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욕구에서 벗어나기

2025-06-18

인간은 태어나면서 아기시절부터 본능적으로 인정욕구를 갈망해나가게 됩니다. 나를 키워주는 주양육자와 눈을 맞추고 웃으려고 하는 것도 진화적으로 양육자가 나를 귀여워하면서 최대한 가장 약한 시절의 나를 잘 보살피게 하기 위한 유전적인 프로그래밍의 결과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모성애나 부성애에 대한 냉정한 얘기일지 모르겠으나, 저는 이 의견에 조금 더 수긍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기는 커서 유아가 되면서 주양육자인 엄마나 아빠의 칭찬을 얻기 위해서 그들이 좋아하는 행동을 자주 반복하게 됩니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 칭찬과 인정을 받으면서 더 걸으려고 애쓰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행동은 유아시절은 엄마나 아빠가 싫어하는 것은 안하려고 하고 간단한 자신의 그림이나 블록을 쌓은 결과물을 보여주며 칭찬을 받고 싶어하는 식으로 욕구를 발전시켜나갑니다.

그리고 청소년이 되어가서 학업을 수행하면서 좋은 학업결과물에 인정을 받습니다. 사실 이 때의 인정욕구는 부모만을 넘어서 또래집단과 사회에서 받는 것을 원하는 식으로 발전 합니다. 그러면서 학업성취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서 인정을 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렇게 아기 때부터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인정욕구에 자연스럽게 그리고 서서히 중독되게 됩니다. 치대생은 원내생 시절 전공의 선배에게 인정을 받으며 뿌듯해하고, 초년차 치과의사는 안정적인 진료의 결과물로 환자와 병원 선배와 직원에게 인정을 받으며 뿌듯해 합니다. 개업의는 진료를 넘어서 그 수익에 대해서 사회와 가정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자, 여기서 비극이 생겨나게 됩니다. 일단 대다수의 청소년은 본인이 원하는 만큼 학업성취도를 얻기가 힘듭니다. 원내생은 대부분 전공의 선배에게 인정을 받기가 어렵고, 치과의사는 초년차 시절 안정적인 진료를 하지 못해 힘들어합니다. 모든 개업의가 만족할만한 수익을 올리지 못합니다(이것은 교수인 저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해결이 되기도 하지만 기준이 계속 올라가고, 또 새로운 도전과제들(결혼, 자녀교육, 재테크, 건강관리 등)이 생기면서 영원히 마음이 편할 것 같은 상태는 오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한국사회와 같이 집단무의식적으로 경쟁심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압박이 깔려있는 분위기에서는 이 인정욕구에서 편해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마흔두살이 된 제가 요즘 느끼는 것은 나의 주체적으로 발생시킨 것이 아닌 사회가 요구하는 인정욕구에 대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청소년기와 청년기에는 불안함을 느끼고 사회의 인정욕구에 예민하면서 나를 갈아넣어서 성취를 이뤄내는 것이 바람직 할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이전에 ‘인생은 고통이다’라는 칼럼을 써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청년기에서 중장년기로 넘어가면서 가정을 이루고 직업적으로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역할을 해내야하면서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사회적 인정욕구만을 충족시키려하면서 나의 정신건강을 온전히 지켜나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사회적으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결국 그 끝은 완전한 효율입니다.

하지만 나라는 인간은 숟가락, 유닛체어, 발치포셉과 같이 용도를 정하고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그냥 이 세상에 내던져진 실존입니다. 과거 국민교육헌장에서 이 실존주의를 무시하고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고 하였으나 사실 우리는 그 사명이나 본질보다 앞선 실존적인 존재입니다.

이를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 샤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하였습니다. 나라는 존재 자체가 사회가 요구하는 어떤 의무나 책임 이전에 더 중요한 개념입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사회적인 성취에 상관없이는 마음을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회와 타인의 인정욕구는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내가 앞으로 현재의 문제들에서 선택들을 잘해나가면 미래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무형의 압박을 줍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사회적인 욕망과 인정욕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매우 어려우나 이것이 전부가 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합니다. 스스로 저를 돌아봤을 때 성취욕구가 강하나 이것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를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요즘 들어 더 느낍니다. 인정욕구를 사회나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서 얻을 수 있을까? 이것이 저의 요즘 고민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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