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각자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형성된 가치관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서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자녀 교육관의 차이로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부들이 보면 좋을 사례가 있다. 미스코리아 출신 이혜원은 남편인 축구선수 출신 안정환이 자녀들을 서툴게 교육하는 모습을 보고 화를 내거나 나무라기보다는 그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이혜원은 안정환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잘 알기 때문에 그를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게 옆에서 도움을 줬다. 그 과정에서 이혜원은 자신이 여자로서의 역할도 포기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18일 유튜브 채널 ‘제2혜원’에는 이혜원이 10년 전 자녀들과 함께 출연했던 TV조선 ‘엄마가 뭐길래’를 다시 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담긴 ‘벌써 10년 전? 그때는 정말 솔직히..’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이 영상은 지난해 7월17일 처음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서 이혜원은 안정환의 가정사를 언급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당시 방송에서 안정환이 자녀 교육관에 대한 생각을 밝히자 이혜원은 “너무 감독님 같지 않냐”고 짚었다. 이어 “남편이 자신의 교육 방법을 후회한다더라. (남편이) ‘내가 우리 아이들을 후배 다루듯이 했구나’ 이런 얘기를 했었다”며 “나는 아이들 입장도 이해하고, 남편 입장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혜원은 “우리 남편은 부모님이 다 계신 환경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대응법이 좋은 교육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모른다”며 안정환의 가정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해서 내가 (좋은 교육법을) 아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우리 부모님이 한 걸 보고 자라면서 ‘이렇게 사는 거구나’라고 대물림되고 있지 않나”라며 성장 과정에서 안정환과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도 남편 생각에) 울컥했는데 지금도 찡하려고 한다. 남편에게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안쓰러웠다”며 어린 시절 평범한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부모 역할을 습득할 기회가 없었던 남편을 향한 애틋한 감정을 표현했다.
이혜원은 “그다음부터는 남편한테 내가 책을 선물하며 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 남편은 그때부터 내가 잔소리가 굉장히 많아지는 와이프 겸 엄마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사실 그때 여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내 남편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내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고 싶어서 함께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을 밝혔다.
또 “지금은 물어볼 선생님도 있고, 상담할 곳도 있는데 나는 그런 걸 물어볼 만한 오은영 선생님이 안 계셨다. 그때부터 육아 교육 관련 책을 읽으면서 올바른 교육법을 공부했다. 거기서 좋은 문구가 있으면 남편한테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안정환은 과거 여러 차례 방송에서 가정사를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출생신고도 하기 전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육아를 맡긴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1월 방송된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한 안정환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돼지감자가 가축사료인지를 모르고 먹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어렸을 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발전이 늦었던 판자촌에 살았다. 그중에서도 우리 집은 제일 높은 곳에 있었다. 배추 서리는 물론 다른 동네에 가서 몰래 운동화 등을 슬쩍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학창 시절, 선배의 추천으로 축구부에 들어갔는데 운동이 끝나면 우유와 빵을 주더라. 그게 먹고 싶어서 축구부 생활을 계속했다”며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배고픔’이었음을 밝혔다.
안정환은 마지막으로 “사실 나는 지금까지 축구를 즐기면서 했던 적이 없었다”며 “어려운 집안 환경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런 환경 때문에 더 노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오히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안정환과 이혜원은 2001년 결혼해 2004년 딸 리원, 2008년 아들 리환을 품에 안았다. 자라온 환경은 달랐지만 둘 다 부모가 처음이었던 안정환과 이혜원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온 결과, 자식 농사에 성공했다. 딸 안리원은 현재 미국 명문 사립대인 뉴욕대학교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하고 있고, 아들 안리환은 2022년 최연소 트럼펫 연주자로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서 화제를 모았다. 안리환은 지난해 12월 같은 무대에 두 번째로 오르며 실력을 또다시 입증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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