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지난 2013년 발생한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화재와 관련해 중국 현지 시공사인 성도건설의 모회사인 성도이엔지의 배상연대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지연손해금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에 대해서는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중국 보험사 5곳이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지연손해금 판단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7월 성도이엔지의 중국 자회사인 성도건설과 우시 공장의 가스 공급 설비 설치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가스 배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장 약 2500㎡가 소실됐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고, 이를 지급한 중국 보험사 5곳은 화재 원인이 성도건설 측의 과실에 있다며 성도건설 및 모회사인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보험사들은 성도건설의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성도이엔지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며 성도이엔지가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성도이엔지의 책임을 인정하고 약 1227억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배상액이 129억원으로 대폭 줄었고, 지연손해금 청구는 기각됐다. 2심은 성도이엔지의 연대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 범위를 성도건설이 화재 직후 성도이엔지에게 미분배 이익을 배당한 행위에 한정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성도이엔지는 성도건설의 1인 주주로서 권한을 남용해 화재사고 직후 성도건설로 하여금 거액의 배당을 하게 했고, 이로 인해 채권자인 원고들의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연대책임 인정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연손해금과 관련해서는 “중국법 관련 규정 및 원고들과 성도건설 간 중국법원의 판결에 비추어 볼 때, 판결선고 이후 '배로 계산한 채무이자' 상당의 지연손해금이 인정될 수 있다”며 “원심은 중국법상 지연손해금 조항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