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인공지능(AI)으로 생산성은 높아지고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워라밸이 가능한 AI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AI 기본사회'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기본사회는 국가가 모든 국민의 기본적이고 품격있는 삶을 보장하는 사회로서 보편적 기본소득(UBI)과 보편적 기본서비스(UBS)가 핵심 요소다.
기본사회와 성장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기본사회는 모든 사람의 혁신 역량을 높여서 성장을 촉진하고, 성장은 경제적 파이를 키움으로써 기본사회 구현을 용이하게 한다.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파급효과를 가진 범용기술(GPT)로써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것이다. 한국은행은 AI 도입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2.6%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통령의 AI 공약은 인공지능 대전환(AX)과 AI인프라 구축을 통한 AI 3강 도약, 국민 누구나 AI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AI 기본사회'가 무엇인지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기본사회와 성장, AI 등에 관한 그의 발언을 종합하면 'AI 주도의 성장 결실을 국민 모두가 공유해 기본적 삶을 보장받는 사회'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AI를 활용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기본사회
AI는 AI가 주도하는 성장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현재 보유한 자원만으로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 제공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해준다.
AI를 활용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기본사회 구현을 위한 선결 조건을 살펴보면, 우선 AI는 전기와 상수도처럼 국가가 보장해야 할 디지털 필수재로서 공공인프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 AI가 개인의 건강, 교육, 소득, 주거 등의 상황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적 기본서비스의 '개인맞춤화'가 필요하다. 기존 복지제도의 '신청주의'를 AI가 보완해 예방적 선제적 복지 체계로 전환함으로써 복지 사각지대 제거와 행정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약자를 위한 AI 기반 설명형 서비스, 음성지원형 공공서비스 등 '포용적 AI'를 통해 AI로 인한 불평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AI 기본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오픈AI 샘 올트먼은 4년 전 '모든 것에 대한 무어의 법칙(Moore's Law for Everything)'이란 제목의 글에서 AI 혁명으로 인해 엄청난 부가 창출될 것이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은 제로로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토피아 같이 들리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일부 경우에는 이미 실현돼 있다고 말했다. 주택, 교육, 식품, 의류 등 모든 것이 2년마다 2배씩 저렴해지는 세상을 상상해보라고 한다.
AI가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사회는 사람들이 노동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사회를 구현하려면 사회경제 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올트먼은 노동이 아닌 자본 과세를 통해 사회의 소유권과 부를 모든 시민에게 직접적으로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그는 '미국 주식 기금(American Equity Fund)'이라는 공유부 기금을 통해 모든 미국인이 주주로서 AI 혁명의 혜택을 공유하는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Capitalism for Everyone)'를 제안한다.
올트먼이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로 AI 기본사회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사미 마흐룸(솔베이 브뤼셀 경제경영대학원 교수)은 AI 기본사회 2.0이라고 할 수 있는 AI 유토피아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2019년에 쓴 'AI 유토피아는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an AI Utopia Would Work)'란 제목의 글에서 정부가 AI를 이용해 매우 적은 비용으로 공공재와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으므로 '더 큰 국가와 더 작은 예산'이라는 역설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AI 유토피아는 국가가 자산 수익의 일부를 가져감으로써 AI가 창출한 이익을 국민에게 분배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필요로 한다.
AI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국가 소유의 생산 시스템은 식량, 의약품, 의류, 주거에서부터 기초 연구, 보안, 교통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거의 무제한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AI 기본사회의 세 가지 구성 요소
AI를 활용해 모든 국민의 기본적이고 품격있는 삶을 보장하는 AI 기본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구성 요소를 살펴보자.
첫째, 보편적 기본서비스의 AI 전환이 필요하다. 서비스 부문의 AI 전환으로 보편적 기본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는 모든 국민에게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매우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이 운영하는 AI 기반의 자율주행 택시는 누구에게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AI 시대에 창출된 부의 사회적 공유를 위한 가칭 'AI공유부 기금'이 필요하다.
샘 올트먼이 제안한 '미국주식기금'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가총액을 가진 기업에 대해 매년 시가총액의 2.5%를 과세(해당 기업 주식을 기금으로 이전)하고 모든 민간 토지에 대해 매년 지가의 2.5%를 과세해 재원을 확보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의 재원 확보 차원에서 공유부 기금에 대한 연구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했던 'K엔비디아' 발언을 계기로 공유부 기반의 국부펀드 조성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셋째, AI로 인한 생산성 증대 효과를 시간의 자유로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생산성 증대가 사회 전체의 공유 번영으로 이어지려면 노동시간 단축이 필수다. 영국 싱크탱크인 오토노미 연구소는 AI를 이용해 생활 수준이나 생산성 저하 없이 국가적 노동 시간 단축이 달성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 10년 내로 전체 노동인구의 28%인 880만명이 주 4일 노동이 가능하다. 전체 노동인구의 88%인 2790만명은 노동시간의 10%를 단축할 수 있다. 또 런던 등 다수 도시에서는 10년 내로 38% 이상 노동자가 주 4일제로 전환할 수 있다.
이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주 4.5일제를 제시했는데, AI 정책과 연계하면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저렴한 청정 에너지 확보가 관건
샘 알트먼이 최근 말했듯 AI 비용은 결국 에너지 비용에 수렴할 것이므로 풍부하고 저렴하며 청정한 에너지 확보는 AI 기본사회를 위한 핵심 요건이다.
얼마 전 일론 머스크는 미국 전체의 전력 생산량과 비슷한 1TW 규모의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전문가인 제시 펠턴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5TW의 태양광과 16TWh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텍사스에 구축하는 것을 제안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표적인 피지컬 AI로서 인간 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므로 에너지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1대당 연간 4000kWh 에너지를 소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2040년에 전 세계적으로 10억대가 운영된다면 필요한 전력 수요는 4000TWh다. 이는 현재 미국의 전력 수요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것은 보수적인 시나리오인데, 고성장 시나리오에서는 현재 세계 총 전력 수요인 약 2만7000TWh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AI 기본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AI 전환과 병행해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전환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선우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융합보안대학원 교수 sunkim11@skku.edu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산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협의회(ICLEI·이클레이) 한국사무소 전문위원, 2021년부터 경기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전라북도의 새로운전북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