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진격

2025-05-15

‘의식주(衣食住)’의 영어 표현은 ‘식의주(food, clothing and shelter)’이다. 옷 입는 게 가장 중하다는 우리말 풍조는 예의와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에서 비롯됐다. 패션업계는 지난해 3분기부터 소비 심리가 하락해 “침묵의 불황(Silent Depression)”이 나타났다고 본다. 신발도 패션이다. 운동화의 대명사인 나이키의 주가는 미·중 협상 타결로 하락추세에서 반등했다. 그럼에도 방향성을 돌리는 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해 6월엔 하루 만에 20% 폭락하기도 했다. 1980년 상장 이후 44년 만에 처음 본 하락세다.

특히 MZ세대가 패션보다 저렴한 뷰티 제품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경향도 패션 불황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가성비가 좋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뷰티 아이템을 선호한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화장품 수입액 기준으로 일본 시장에서 한국은 4년 연속 1위다. 지난해 세계 최대 화장품 수입시장인 미국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1위를 달성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프랑스를 제쳤다. 한류를 등에 업은 K뷰티 브랜드는 아마존 같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채널도 공략하고 있다. 미국 대형마트 타깃에는 K뷰티 섹션이 따로 있다. 세계 유명 브랜드가 자리한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제품(Fan Favorites)’ 섹션까지 진격했다. 지난달 화장품 수출은 대박이 나서 전년 동월 대비 20.8% 증가했다. 불황에 허덕이는 세계인은 한국산 화장품으로 작은 사치라는 위로를 받고 있다. 한국산 선크림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사재기 열풍의 주인공이었다.

물론 과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시장에서 일본산 제품의 판매가에 비해 우리 화장품은 절반 가격에 팔리고 있다. 높은 가격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럭셔리 시장까지 공략해야 하는 것은 숙제다. 반드시 해내리라 믿는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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