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 Z 인사이트] 현대자동차 'F1 진출', 성배인가 독배인가

2025-12-19

[비즈한국] 비즈한국은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BIT(Business Innovation Track)가 작성한 전략 리포트를 10여 회에 걸쳐 연재한다. 전환점에 선 기업의 문제를 Z세대 시각으로 분석한 리포트를 통해 혁신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현대모터스포츠의 설립

현대모터스포츠(Hyundai Motorsport)는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모터스포츠에 참가하기 위해 2012년 설립했다. 법인 본부는 독일 알체나우(Alzenau)에 있다. 현대차는 기본적으로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는 경주차의 설계 및 시험, 제작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레이스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통해 고성능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다시 양산차 개발 부서와 공유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의 역사가 길지 않기에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도도 국제적인 수준과 비교해 아직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모터스포츠 시장은 이미 거대하다. 모터스포츠 시장규모는 2024년 약 95억 달러(14조 원)를 기록했고,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8.1%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모터스포츠의 수익은 기본적으로 팀 스폰서십과 브랜드 제휴부터 중계권, 티켓 판매, IP 라이선싱, 대회 상금, 다른 팀에 대한 부품 공급 수익 등으로 다각화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차의 기업규모를 고려했을 때, 모터스포츠 사업은 직접적인 수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국제적인 홍보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통한 기술 개발에 힘을 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터스포츠는 전 세계 다양한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단순한 참가를 넘어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자갈길, 아스팔트 등 다양한 노면에서 3~4일간 달리는 WRC(World Rally Championship)에 2014년 ‘i20’로 데뷔한 이래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제조사 부문 월드 챔피언을 두 차례 제패했고, 2024 시즌에는 소속 선수 티에리 누빌(Thierry Jean Neuville)이 드라이버 부문 월드 챔피언에 등극했다. 특히 올해 사파리 랠리에서는 현대모터스포츠 선수 두 명이 동시에 포디엄에 올라 경쟁력을 과시했다.

WTCR(World Touring Car Cup)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양산차 기반으로 치러지는 이 스프린트 레이스에 ‘i30 N TCR’을 2018년부터 투입해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고, 이후 ‘아반떼 N TCR’로 출전한 팀과 드라이버가 2022 시즌 더블 챔피언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팀이 아니라 고객 레이싱 팀에 차량을 공급하는 간접 참여 구조임에도 현대차의 기술력이 서킷에서 입증된 셈이다.

이 외에도 PURE ETCR(Electric Touring Car Racing),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 등 다양한 대회에서 실력을 증명했는데, 전기차 투어링카 대회 ETCR에서의 행보가 돋보인다. 현대차는 2021년 발레룽가 서킷에서 ‘벨로스터 N ETCR’을 공개하고 첫 경기를 치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소 브랜드 HTWO를 통해, 경기 현장에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제공해 1시간 이내에 차량 2대를 완충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직접 선보였다는 것이다. 차량 제조회사의 기술뿐 아니라 동력원이 되는 에너지에 대한 기술력 역시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현대차의 모터스포츠 활동은 내연기관 기반의 전통적 레이스뿐만 아니라 전동화 시대를 선도하는 기술 경쟁력까지 포괄하고 있다. 단순한 브랜드 홍보를 넘어,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전환 속에서 현대차가 기술적·전략적으로 미래 레이스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모터스포츠의 정점, F1 시장의 성장

모터스포츠의 정점이라고 할 만한 대회가 F1이다. F1 World Championship은 전 세계 24개국을 돌며 치르는 최상위 포뮬러 레이싱이다. 다른 대회처럼 양산차가 아닌 공식 제작 규정(formula)이 있는 경주로, 각 나라에서 그랑프리가 진행된다. 2024년 누적 시청자 수가 약 16억 명에 달하는 가장 큰 모터스포츠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F1 시장이 최근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F1의 최고경영책임자인 도메니칼리(Stefano Domenicali)는 어닝콜에서 2024년의 놀라운 실적을 밝혔다. 누적시청자는 전년 대비 9%가 증가했고, 경기를 중계하는 F1 TV 구독자 수는 15%가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소셜미디어 팔로워 수는 2018년 1870만에서 2024년 9700만까지 확대되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F1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계권, 라이선싱 수익 증대는 물론 LVMH와 같은 고부가가치의 파트너들과 다년간 계약하며 전년 대비 스폰서십 수익이 10% 증가했다. 이를 통해 향후 매출 약 144억 달러를 확보해둔 상태다.

급격한 성장세의 동인은 2017년 리버티 미디어(Liberty Media)가 F1의 소유권을 완전히 인수하면서 운영사가 변경되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전 운영사 CVC(City Venture Capital)는 유럽에서 시작된 F1의 시장 확장에 실패했다. 미국 나스카(Nascar) 등 다른 모터스포츠와의 차별화를 위해 F1에 ‘프리미엄 모터스포츠’라는 이미지를 입히려 했고, 이를 위해 SNS 업로드를 금지하며 경기 노출을 철저히 제한했다. 그러나 일반 대중이 접하기 어려운 귀족적인 스포츠로의 브랜딩은 실패했다. 2016년 F1의 TV 시청자 수는 2008년 대비 40% 감소했고, 연간 매출은 약 15억 달러로 정체된 상황이었다.

리버티 미디어의 전략은 정반대다. SNS를 적극 이용해 대중 노출을 활성화했고, 2019년부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F1, Drive to Survive(본능의 질주)’를 매년 시즌별로 제작해 젊은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공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2021년에는 경기 시간이 대폭 단축된 ‘스프린트’ 경기를 도입해 시청자를 확보했다. 스프린트 경기가 있는 주말 TV 시청률이 없는 주말보다 평균 10%가 높고, 금요일 경기 참석률은 최대 30%가 증가했다. 그 결과 2024년 F1 매출은 34억 달러 이상으로, 2016년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했다.

올해는 대회 창설 75주년 기념 영화 ‘F1 더 무비’가 큰 흥행을 거둬 추가적인 시장 확장이 예상된다. 이 영화는 ‘탑건: 매버릭’을 제작한 조셉 코신스키가 감독을 맡고, F1 선수 루이스 해밀턴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 기념 영화인 만큼 실제 F1 현역 선수와 팀 수석 등이 특별 출연했다. 그 결과 제작사 애플사와 주연 브래드 피트 경력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낼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 미국이 그랑프리 수가 3개로 늘어난 유일한 국가가 된 만큼,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으로 인해 더 큰 폭의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양산차 레이스에서 선전

현대차에게 F1 시장 진출은 필요할까? 최종적으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현대차는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노리고 있다. 프리미엄이라는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는 결국 F1이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대차는 2022년부터 글로벌 자동차 기업 중 판매량 3위라는 견고한 입지를 굳혀왔다. 특히 2025년 상반기는 영업이익이 글로벌 판매량 2위 폭스바겐그룹을 앞섰다. 이런 상황에서 모터스포츠는 현대차가 추가적인 매출을 확보해 기업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실제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고성능 프로그램 ‘제네시스 마그마’를 통해 본격적인 내구 레이스 중심의 모터스포츠 진출을 선언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GMR)’이라는 자체 팀을 창단해 자체 개발한 하이퍼카 모델 ‘GMR-001’을 앞세워 2026년에는 월드 인듀어런스 챔피언십(WEC)과 웨더텍 스포츠카 챔피언십(WTSCC)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르망 24시의 ‘LMP2 클래스’에 출전했는데, 당시 제네시스는 전기차를 바탕으로 유럽 프리미엄 시장을 확보할 것을 선언했다. 기존에 진출한 독일, 영국, 스위스에 더해 새로 진출하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에서 GV60, GV70 전기차 모델 등을 중심으로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다.

페라리, 메르세데스, 맥라렌 등 대부분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이미 F1에 진출했다. 특히 F1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현대차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F1 시장에 참전하고 있다. 캐딜락(General Motors)은 국제자동차연맹(FIA)과 F1의 기술 및 상업적 평가를 받고 2026 시즌부터 F1의 열한 번째 팀으로 참가한다. 2029년에는 파워유닛(엔진)을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아우디는 기존 팀 ‘자우버’를 인수해 2026년부터 공식적으로 출전한다. 아우디 역시 자체 파워유닛을 사용하기 위해 개발에 힘쓰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와 성적 부진으로 철수했던 토요타도 2026년 시즌부터 기존 팀 ‘하스’의 타이틀 스폰서로 복귀한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아우디, 현대차보다 판매량과 영업이익 모두 떨어지는 캐딜락의 F1 진출은 현대차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는 F1에 진출하지 ‘않은’ 회사가 아니라 진출하지 ‘못한’ 회사로도 보일 수 있는 상황이다.

#파워엔진 공급 후 기존 팀 인수해 진입하는 전략

그렇다면 현대차의 F1 진출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쉽지는 않을 것이다. F1 엔진을 개발하는 데에만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해볼 만한 도전이 될 수는 있다. F1은 완전내연기관 차량을 고수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하이브리드 V6 파워유닛을 사용한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MR-001’의 하이브리드 V8 파워트레인을 자사 WRC 차량의 직렬 4기통 엔진 2대 기반으로 개발한 경험이 있다.

파워트레인은 일반 자동차의 엔진, 변속기, 구동계의 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단순한 동력 전달 시스템이라면, F1 파워유닛은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 엔진에 고성능 에너지회수시스템(Energy Recovery System, 감속 시 손실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저장, 다시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기능) 등을 포함한 것이다. 이 때문에 F1 차량에 맞는 추가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다만 PURE ETCR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에서 다년간 데이터를 쌓았고, 전기차 기술력이 높다는 점은 장점이 될 수 있다.

내구레이스 참전을 앞둔 지금, 당장 F1에까지 뛰어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단기적으로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내구레이스 출전에 집중해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파워트레인에 대한 안정적인 기술을 확보한 후 장기적으로는 F1 파워유닛을 개발 및 제작해 제조사로 참여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파워유닛 공급사로 참여해 다양한 팀에 엔진을 공급하고 테스트 베드를 확보하면, 이는 다시 생산단가를 낮추고 기술개발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현대차가 페라리나 메르세데스, 레드불의 엔진을 받아서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진출 전략은 신중한 진입을 위해서다. 성적이 좋으면 엄청난 홍보효과와 브랜드 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토요타, BMW, 혼다의 진출 실패 사례를 고려하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실패할 경우 기술에 대한 신뢰성까지 타격을 입기에 더욱 신중히 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F1 운영에는 매년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팀 운영비 상한제가 도입되었다지만, 2026년 기준 시즌당 상한선이 엔진, 드라이버 급여를 제외하고도 2억 1500만 달러(약 3151억 원)다. 따라서 현대차는 파워유닛을 개발하며 신중히 접근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그 후 실제 ‘현대모터스’ 팀으로서 진입할 때는 신생팀이 아니라 기존 팀을 인수하는 방식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미 파워유닛 공급사로 진입하는 데 다년간의 시간이 든 데다 신생 팀 진입 시 5년 내외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기존 팀을 인수하면 그 기간을 다소 단축할 수 있다.

신생 팀 진입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승인 절차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신생 팀으로 진입하려면, ‘F1 커미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커미션에는 FIA, F1의 각 팀의 대표, F1(리버티 미디어)이 참여한다.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야 신생 팀으로 승인이 허가되는 구조여서 진입 자체가 상당히 까다롭다. 기본적으로 그 팀이 진입할 때 수익, 홍보효과 등 운영사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어야 하고, 그 수익을 동등하게 나누는 나머지 11개의 F1 팀에게도 도움이 되어야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절차 때문에 캐딜락은 내년 진출이 결정되기까지 5년이 걸렸다. 따라서 현대차는 신생팀 진입보다는 기존 팀의 인프라를 그대로 인수해 팀명을 바꿔 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 생각된다.

제네시스가 내구레이스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한다면, 현대차의 F1 진출은 그리 먼 미래가 아닐 수 있다. 물론 천문학적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에겐 더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마지막 시장은 고성능 프리미엄 시장이고, 그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는 F1이다. 그것이 성배일지 독배일지는 오직 그 잔을 들기 위해 도전한 자만이 알게 될 것이다. ​

김래겸 (철학과 18)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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