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유일 토종 곤충 ‘남극 깔따구’ 개체 장내서 미세플라스틱 확인

2025-12-15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남극 대륙에서 유일하게 토종으로 서식하는 곤충인 ‘남극 깔따구(Belgica antarctica)’가 이미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켄터키대 마틴-개튼 농업·식품·환경대 연구진이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야생에서 채집한 유충(애벌레) 내부에서 미세플라스틱 조각을 확인했으며,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토탈환경과학지(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남극이 ‘깨끗한 야생’으로 인식되지만, 해류와 장거리 풍력 수송, 연구기지·선박 등 인간 활동이 플라스틱을 대륙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남극 깔따구 유충은 남극반도 주변의 습한 이끼·조류 서식지에서 살며, 죽은 식물 물질을 분해해 토양 영양분 재순환에 기여하는 핵심 토양 생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먼저 유충을 미세플라스틱에 노출시키는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플라스틱 농도가 높아져도 생존율이 떨어지지 않았고 기본적인 신진대사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밀 분석에서는 미세플라스틱 수준이 높을수록 유충의 지방(에너지 저장) 축적량이 감소하는 ‘미묘한 비용’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남극의 저온 환경에서 먹이 섭취가 느리고, 유충이 사는 자연 토양이 복잡해 실제 섭취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극 현장 연구의 물류적 제약으로 노출 기간이 10일에 그쳐, 장기 영향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단계는 “남극의 야생 유충이 이미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2023년 남극 서부 반도를 따라 진행된 연구 크루즈에서 13개 섬의 20개 지점에서 유충을 채집해 추가 섭취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존했다.

장내 플라스틱 검출을 위해 연구팀은 유충(약 5mm)을 해부한 뒤, 사람의 시야 기준치보다 훨씬 작은 4마이크로미터(μm) 수준의 입자까지 화학적 ‘지문’을 식별할 수 있는 영상 분석 시스템으로 장 내용물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역 전반에서 채집된 유충 40마리 가운데 미세플라스틱 조각은 2개만 발견됐다.

연구를 이끈 잭 데블린은 “현재 남극 토양 군집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범람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다만 미세플라스틱이 시스템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충분히 높은 수준에서는 곤충의 에너지 균형이 변하기 시작한다”며 조기 경고로 해석했다.

연구진은 남극 깔따구가 알려진 육상 포식자가 거의 없어, 섭취된 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통해 멀리 확산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봤다. 그러나 남극의 온난화·건조화로 스트레스가 커지는 상황에서, 유충이 최대 2년에 걸친 긴 생활사 동안 미세플라스틱을 계속 섭취할 경우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는 우려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남극 토양 내 미세플라스틱 수준 변화를 장기 모니터링하고, 남극 깔따구를 포함한 토양 생물에 대해 더 긴 기간의 다중 스트레스(미세플라스틱과 기후 스트레스 등) 실험을 수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남극은 비교적 단순한 생태계여서 매우 집중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며, 극지에서 얻는 교훈이 더 넓은 지역의 오염·생태 영향 이해로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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