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일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장 “순국선열 진정한 추모 위해 ‘공법단체’ 지정돼야” [차 한잔 나누며]

2025-11-10

독립관 열악해 위패도 다 못 모셔

가해자 있는 日 야스쿠니와 대조

“공법단체 인정 땐 후손 지원할 것

돌아가신 분들 이야기 알리고파”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 독립관에는 순국선열 위패 2835위가 봉안돼 있다. 일제의 침략, 폭정에 맞서다 광복 전 세상을 떠난 분들을 기리는 곳이다. 하지만 건물이 너무 좁고 낡았다. 178㎡(54평)밖에 되질 않아 약 700위는 모시지 못하고 있다. 바람이 심한 날에는 위패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 문단속에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 천장이 무너진 적도 있으니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 앞에 면목이 없다.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가해자가 있는 일본 야스쿠니신사가 2만8300평(9만3553㎡)인데, 독립운동을 하면서 목숨 바친 피해자 위패는 허물어지는 작은 건물에 모시고 있어요.”

지난 5일 만난 이동일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회장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짙었다. 자신이 10년 정도 애를 써 어렵게 마련한 곳인지라 지금의 상황이 더욱 안타까울 것이다.

순국선열은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광복 전에 돌아가신 분들이다. 광복 후 제정한 ‘순국선열요선정록 규정(1960)’에는 전쟁터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혹은 감옥살이 중 세상을 떠난 이들을 순국선열 대상자로 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3·1운동을 주도하다 형무소에서 순국한 유관순 열사,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일본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선열이다. 독립운동을 했고, 광복 후에도 생존한 애국지사와는 다르다.

낡고 좁은 독립관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을 우리가 제대로 기리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현실이다. 어렵게 예산 지원을 받아 추념관을 짓게 된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순국선열단체가 국가보훈 관련 법정단체(보훈공법단체)로 인정받았다면 일찌감치 해결되었을 문제다. 앞으로 제대로 된 추모를 하기 위해서도 공법단체 인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이 회장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이 회장 설명에 따르면 순국선열단체는 공법단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해방 후 1960년 보건사회부가 1호로 순국선열유족회를 허가했는데 공법단체가 되지 못하는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 제1조를 보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정작 제도 밖에 있는 셈이다.

공법단체로 선정되면 예산을 받아 관련 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 순국선열의 유족들에 대한 지원도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회장은 “보상금 하나도 못 받고 어렵게 사는 후손들을 지원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각종 공식 행사에서 추모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도 분명하다.

공법단체로 지정되면 무엇부터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눈을 반짝이며 오랫동안 품어왔던 포부를 밝혔다.

“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캠페인을 만들어 폭넓게 활용하는 게 꿈입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