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안전 패러다임이 인공지능(AI) 활용으로 바뀐다. 원활한 소통을 지원하거나 안전상 미비점을 발견·개선하는 등 산업현장 안전을 위한 AI 기술 적용이 확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AI 테크기업 크라우드웍스는 건설·조선업에 특화된 'AI 통역앱'을 국내 건설사와 공동 개발했다. 국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10만명(건설근로자공제회 추산)에 달하는 상황에서 부정확한 소통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망 사고 비중은 우리나라 노동자 대비 4배 이상 높다. 주로 의사소통 문제가 다국적 인력이 많은 현장의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게 현실이다.
크라우드웍스는 건설 현장 전문용어와 실제 현장 인터뷰 등을 기반으로 구축한 데이터셋을 학습, 기존 번역 앱에서 자주 발생하는 오역을 해결했다. 예를 들어 '말비계(Work platform)'를 '말(horse)'로 번역하는 오류를 방지하는 식이다. 20개 이상 언어를 지원하며 현장에서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크라우드웍스 관계자는 “자사 AI 통역앱은 100만회 이상 검증을 거쳐 90% 이상 정확도와 만족도를 기록, 건설현장 중대재해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며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영향력 있는 AI 활용 사례로 선정하는 등 기술의 순기능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비전 AI 전문기업 씨이랩은 실시간 AI 영상분석 솔루션 '엑스아이바'의 중대재해 안전 특화 버전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프롬프트(명령어)를 통해 현장 상황 등을 입력하면 '위험구역 접근'이나 '작업복 미착용' 등 상태나 조건을 인식하고 즉각 경고하는 형태다. 화재·재난 위험 요소도 웹·모바일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어 선제적인 안전관리가 가능해졌다.
기업운영자재(MRO) 전문기업 서브원은 산업용 AI 영상인식 솔루션 전문기업 DH오토아이와 협력해 AI 기반 차량용 카메라 시스템을 지게차에 적용했다.
4채널 카메라가 주변의 사람과 사물을 구분·감지, 실시간 경고음을 통해 운전자와 주변 사람을 동시에 보호하는 기술이다. 산업재해 발생 빈도가 높은 지게차 사고가 대부분 보행자 미인지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기술을 탑재,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한다.
현장 위험성 평가에도 AI가 접목됐다. 미소정보기술은 AI 기반 안전관리 솔루션 '세이프위'로 추락·끼임·부딪힘 등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계획·시행·점검·조치 등 위험성 평가 전과정을 원스톱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용부담 등으로 AI 안전기술 도입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며 “중대재해 처벌법이 시행되고 현장에서 확실한 도입 효과가 입증되면서 산업안전을 강화하는 데 AI 활용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피지컬 AI 육성으로 대표되는 정부 정책과 기술 발전이 맞물리면 산업안전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