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패션업계가 장기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굿즈’와 ‘컬래버 제품’이 불황을 타개할 효자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프로야구·축구 구단 등과 협업한 상품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호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반면 기존 제품군에만 집중한 주요 대형 패션 회사들의 매출·영업이익은 급감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6월 결산 법인인 형지엘리트는 최근 가결산을 통해 올해 4~6월 매출이 약 5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형지엘리트는 연간(2024년 7월~2025년 6월) 매출도 전년 대비 약 25% 증가한 16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확한 실적은 다음 달 공시할 예정이다.
형지엘리트의 호실적은 스포츠 상품화 사업이 견인했다. 형지엘리트는 롯데자이언츠·한화이글스·SSG랜더스 등에 굿즈 상품을 공급하면서 매출을 늘려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축구구단 FC바르셀로나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K리그 FC서울과도 협업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그 결과 올해 형지엘리트의 스포츠 상품화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9% 뛰었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야구, 축구 등 프로 스포츠를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이 형성된 상황에서 신규 팬들이 유입되고 현장을 찾아 직관하는 관중들이 늘면서 스포츠 굿즈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에 주목해 앞으로도 협업 종목과 구단을 확대하면서 스포츠 상품화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적극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에서 전개하는 스파 브랜드 스파오도 매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불황에 저가 패션 브랜드가 인기를 얻는 것에 더해 컬래버 굿즈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덕분이다. 프로야구 구단인 두산 베어스와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스파오는 올해 5월 두산 베어스와의 협업 컬렉션을 선보인 결과 하루 만에 초도 물량 대부분이 소진되면서 품절 사태를 빚었다. 올해 3월에는 게임 캐릭터 ‘피크민(Pikmin)’과 협업 상품을 출시하면서 오픈런 열풍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스파오의 컬래버 관련 올해 1~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앞서 스파오 컬래버 관련 매출은 2022년 400억 원에서 2024년 65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스파오 관계자는 “시장에서 뜰 만한 트렌디한 IP를 ‘스파오 콜라보셀’이라는 전담 조직에서 자체적으로 발굴해 통해 빠르게 상품화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대형 캐릭터 IP와만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소비자 대상 선호도 조사를 통해 글로벌 팝 아티스트·스포츠·애니메이션 등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선정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무신사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업해 각 구단별 홈 구장을 그래픽 디자인으로 만든 ‘볼파크 에디션’ 반팔 티셔츠 등을 선보여 대부분 완판시켰다. 올해 4월 KBO와 함께 개최한 ‘고 팀 무신사 KBO 팬 페스타’ 팝업 스토어에는 5일간 약 1만 4000명이 방문하면서 흥행했다.
반면 기존 제품군 판매에만 집중했던 패션 회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급감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해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이 36.5% 줄어든 330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그룹 패션계열사인 한섬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 82% 꺾인 3381억 원, 영업이익 7억 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은 전년 대비 3.8% 감소한 3086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3억 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포츠 직관 문화가 확산하면서 유니폼, 볼캡 등 패션 아이템을 통해 좋아하는 구단을 응원하고 개성을 표현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며 “소비 심리 위축으로 패션업계의 부진이 이어진 상황에서도 스포츠·캐릭터 등 팬덤이 뒷받침된 컬래버 상품과 굿즈는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