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용하던 골프 퍼터를 선물했다. 아베의 미망인 아키에 여사의 뜻이 담긴 이 골프채는 금박 골프공, 일본 프로골퍼 마쓰야마 히데키의 친필 서명이 들어간 골프백과 함께 전달됐다. 선물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활짝 웃으면서 “정말 아름답다. 고맙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2기 취임 이후 골프는 외교의 새로운 언어가 됐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그의 임기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핀란드, 이탈리아 등 최소 8개국이 골프채 세트를 선물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백악관 방문 당시 ‘트럼프’라는 이름과 그의 두 차례 임기를 상징하는 숫자 45와 47이 새겨진 맞춤형 퍼터를 전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 초기에 다리를 잃은 참전용사의 골프채를 선물하며 “평화를 향한 간절한 염원”을 전했다. 지난 3월 백악관 회동에서 공개 면박을 준 트럼프 대통령이 “사랑이 담긴 선물”이라고 극찬할 정도로 환심을 사기 충분한 선물이었다.

특히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남아공 출신의 백인 골프 선수 어니 엘스와 레티프 구센을 백악관 회담에 동행시키면서 “트럼프를 상대하는 지도자들의 새로운 교본(NBC뉴스)”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당시 라마포사 대통령은 ‘백인 농민 학살설’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에도 “이들이 살아 있는 한 그런 학살은 없다”고 침착하게 응수했다고도 한다.
트럼프의 골프 선물은 1기 때부터 이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8000달러(약 1146만 원) 상당의 루이뷔통 골프백을, 타르치시우스 카비첼 스위스 다보스 시장은 450달러(약 65만 원) 상당의 호두나무 소재 퍼터를 선물했다. 당시 하원 조사 결과, 보고되지 않은 아베의 황금 드라이버(3755달러·약 538만 원) 등 고가의 선물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의 ‘골프 사랑’을 외교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NBC뉴스는 “골프광 트럼프에게 접근하는 가장 명확한 책략”이라며 “지도자들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환심을 사고 있다”고 평가했다. WP는 “세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변덕스러운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기술”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모든 선물이 외교적 호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역사학자 티모시 나프탈리 컬럼비아대 교수는 WP에 “트럼프는 선물뿐 아니라 그 이면의 정치적 계산까지 본다”며 “선물에 기대는 호의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미를 통해 마음을 얻으려 하지만, 변덕스러운 대통령의 미소 뒤엔 언제든 바람이 바뀔 수 있는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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