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오찬에서도 ‘아베 문법’을 고스란히 따랐다.
다카이치 총리는 28일 일본 영빈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 행사를 가졌다. 백악관은 이날 오찬에서 일본 측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표단을 위해 미국산 소고기와 쌀을 대접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외교’를 쌓으며 전략적 외교 행보를 보여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일본을 찾았을 당시엔 골프장에서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간 햄버거 점심을, 저녁엔 일본산 소고기 스테이크를 대접한 바 있다. 이번 역시 이와 같은 문법을 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환대한 셈이다. 백악관은 오찬에서 양국 정상이 ‘미·일 황금시대’를 논의하고, 희토류 문제를 비롯해 일본 첫 여성 총리 취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베 문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 아키에 여사가 전달한 아베 전 총리의 퍼터를 선물했다. 골프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맞춤형 선물인 셈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가 골프채를 전달하면서 아베 전 총리 이야기를 꺼내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에 대해 “훌륭한 남자였다”고 감회 깊은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아베 전 총리의 아이디어로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친 프로 골퍼 마쓰야마 히데키의 사인이 들어간 골프백도 전달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영상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유리관에 담긴 아베 전 총리의 골프채를 설명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옆에는 마쓰야마 선수 사인이 새겨진 흰색 골프백과 함께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의 금박 기술로 만든 '황금 골프공'도 놓여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재팬 이즈 백(JAPAN IS BACK·일본이 돌아왔다)’이라고 황금색 자수로 새겨진 검은색 모자에 각기 사인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X(옛 트위터)에 양국 정상이 사인한 모자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해당 문구는 아베 전 총리가 사용하던 말로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당시에도 이 문구를 언급한 바 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hykim@joongang.co.kr







